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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끌 줄 몰라 … 뉴욕필 공연 중단

중앙일보 2012.01.14 00:00 종합 2면 지면보기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가 모두 뉴욕필 단원 출신인 앨런 길버트 뉴욕필 음악감독의 지휘 모습. 그는 “이번 소동을 통해 실황 공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필 웹사이트]
미국의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뉴욕필)가 객석에서 울린 휴대전화 벨 소리 때문에 공연을 일시 중단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뉴욕필이 10일 밤(현지시간) 뉴욕 링컨센터 에이브리 피셔 홀에서 연주한 곡은 구스타프 말러의 아홉번째 교향곡 ‘대지의 노래’.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4악장의 클라이맥스를 지나 정적 속에 선율이 울려 퍼지는 극히 섬세한 대목에서 갑자기 무대 맨 앞줄에 앉은 노신사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뉴욕필의 음악감독인 지휘자 앨런 길버트(45)가 한 차례 객석을 노려보며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이 남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마림바(목금의 일종인 타악기) 소리의 아이폰 착신음은 3~4분간 요란하게 울렸다.


말러 교향곡 고요한 선율 흐르는데
타악기음 벨소리 3~4분 이어져
길버트, 관례 깨고 지휘봉 내려놔
그날 전화기 바꾼 노신사의 실수

 급기야 지휘자 길버트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공연을 중단시켰다. 고요한 공연장에는 아이폰 착신음만이 울려 퍼졌다. 길버트는 이 남성을 향해 “이제 끝났나요”라고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좋습니다. 기다리죠.” 지휘자는 지휘봉을 아예 보면대에 올려놓았고, 착신음은 몇 번 더 울린 뒤 꺼졌다.



 객석에서 “1000달러의 벌금을 물어내라” “그 자식을 쫓아내라”는 몇몇 격앙된 항의가 나왔지만, 공연 재개를 요구하는 대부분의 관객의 ‘쉬-잇’이라는 소리에 눌려 공연장은 이내 조용해졌다. 길버트는 “원래는 이런 방해가 있어도 공연을 중단시키지 않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심했다”고 양해를 구한 뒤 오케스트라를 향해 돌아섰다. “118번부터”라는 지휘자의 지시와 함께 연주는 재개됐 다.



 길버트는 NYT에 “매우 충격적인 해프닝이었다. 그 작품(말러 교향곡) 중에서도 숭고한 감정이 극에 달하는 부분이었는데 (휴대전화 착신음 때문에) 마치 잠을 자다 난폭하게 일으켜 세워지는 느낌이었다. 연주를 하던 단원 전원이 참담한 기분을 맛봤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60대 사업가로 확인된 해당 관객은 12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그날 블랙베리를 아이폰으로 바꿔줘 작동법을 몰랐다”며 “처음엔 내 아이폰이 울리는지도 알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뒤늦게 내 아이폰이 울리는 것을 알고 끄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 휴대전화가 울려 공연을 망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 뉴욕시의회는 2003년 공연장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최고 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공연시설 내 ‘휴대전화 사용금지’ 표지판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마련했다. 일본 도쿄의 산토리홀은 1999년 대형 공연장으로는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의 전파 차단장치를 공연장에 설치했다. 한국에서는 전파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계법에 따라 공연장의 전파차단기 설치가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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