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러 교향곡 고요한 선율 흐르는데
타악기음 벨소리 3~4분 이어져
길버트, 관례 깨고 지휘봉 내려놔
그날 전화기 바꾼 노신사의 실수
객석에서 “1000달러의 벌금을 물어내라” “그 자식을 쫓아내라”는 몇몇 격앙된 항의가 나왔지만, 공연 재개를 요구하는 대부분의 관객의 ‘쉬-잇’이라는 소리에 눌려 공연장은 이내 조용해졌다. 길버트는 “원래는 이런 방해가 있어도 공연을 중단시키지 않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심했다”고 양해를 구한 뒤 오케스트라를 향해 돌아섰다. “118번부터”라는 지휘자의 지시와 함께 연주는 재개됐 다.
길버트는 NYT에 “매우 충격적인 해프닝이었다. 그 작품(말러 교향곡) 중에서도 숭고한 감정이 극에 달하는 부분이었는데 (휴대전화 착신음 때문에) 마치 잠을 자다 난폭하게 일으켜 세워지는 느낌이었다. 연주를 하던 단원 전원이 참담한 기분을 맛봤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60대 사업가로 확인된 해당 관객은 12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그날 블랙베리를 아이폰으로 바꿔줘 작동법을 몰랐다”며 “처음엔 내 아이폰이 울리는지도 알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뒤늦게 내 아이폰이 울리는 것을 알고 끄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 휴대전화가 울려 공연을 망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 뉴욕시의회는 2003년 공연장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최고 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공연시설 내 ‘휴대전화 사용금지’ 표지판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마련했다. 일본 도쿄의 산토리홀은 1999년 대형 공연장으로는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의 전파 차단장치를 공연장에 설치했다. 한국에서는 전파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계법에 따라 공연장의 전파차단기 설치가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