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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원유 딜레마 … 질 좋고 값싼데 미국은 수입 막아

중앙일보 2012.01.14 00:00 종합 6면 지면보기
13일 오만을 공식 방문한 김황식 국무총리(왼쪽에서 둘째)가 수도 무스카트 공항에서 파하드 빈 마흐무드 알사이드 오만 부총리(오른쪽)의 환영을 받으며 걸어 나오고 있다. 김 총리는 16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제5차 세계미래에너지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미국이 대이란 원유 금수 조치 동참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에너지 위기대책이 주목된다. [무스카트 AFP=연합뉴스]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현재까지 결정된 바 없다.”

미 아인혼, 협의 위해 16일 방한



 정부가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13일자 한 신문의 보도에 대해 기획재정부·외교통상부·지식경제부가 공동으로 해명자료를 냈다. 정부가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선 것은 워낙 민감한 시기라서다.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과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담당 차관보 등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단이 16일부터 사흘간 방한한다.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유럽연합(EU)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되고 있다. 한·미 양국도 이 문제를 협의한다. 미국이 국방수권법에 담긴 이란 제재 내용과 이행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라지만 사실상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이란 원유 금수조치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방한이다.



아인혼 조정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정부는 곤혹스럽다. ‘코러스(KorUS)’란 이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체결한 우방국인 미국에 최대한 성의 표시를 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이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그러자니 원유 수입처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이란산 원유 수입을 ‘미국이 인정하는 수준까지’ 줄여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전체 원유 수입량의 9.7% 정도를 이란에서 들여왔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유 수입 계약이 관례적으로 20년 정도 장기로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처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산 원유의 도입단가는 전체 평균 원유 도입단가에 비해 배럴당 6.3달러가 싸다. 이 회사 박재철 애널리스트는 “(전체 원유 수입량의 10%를 이란에서 수입하는) SK이노베이션이 배럴당 6달러를 추가로 지불하면 연간 2200억원의 원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석유협회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는 점성이 높고 황 성분이 많은 중질유”라며 “원유 도입처를 이란산에서 다른 중동산으로 바꿀 경우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정제비용이 다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지식경제부와 업계는 이란산 원유 도입을 한꺼번에 줄일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대규모 감축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국방수권법이 한국의 선택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외길이다. 북핵 문제도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핵 문제는 북핵이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우리로선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란산 원유 전면 수입 금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이 노력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정부 당국자는 “국방수권법 예외 조항 적용을 요구는 하겠지만 사실상 원유 수입량 감축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만큼 기업이 경제적 파장을 따져 ‘알아서’ 이란산 원유를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이란산 원유 감축 여부와 감축 비율 등에 대해 “기업 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 조치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이 양쪽(미국·이란) 시장을 판단할 것이고 (제재 참여는) 미국과 거래하는 기업이 기업 스스로를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 같은 스탠스가 이란과의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원유 감축을 하더라도 그 결정은 기업의 리스크 관리 차원이지 한국 정부의 결정이 아니란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도 ‘조용한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기관 연구원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결정하되 지금처럼 물밑에서 조용하게 하는 외교가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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