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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무죄 … 또 체면 구긴 검찰

중앙일보 2012.01.14 00:00 종합 21면 지면보기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68) 전 국무총리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5만 달러 수뢰 혐의 2심서도 인정 안 돼
진술에만 의존 검찰 수사에 비판도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성기문)는 13일 곽영욱(72)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 청탁과 함께 미화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사장에게는 37억원의 횡령액 중 32억원만 인정해 1심 형량(징역 3년)보다 낮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은 신빙성과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이유로 들었다. “건강이 매우 악화된 상태에서 여러 혐의로 조사받던 곽 전 사장이 장기간 구금을 피하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총리 공관 오찬장이 뇌물을 수수할 만큼 은밀한 장소가 아니며, 오찬 직후에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가 든 돈봉투를 받아 숨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 기소 사건에서 연이어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09년 12월이었다. 횡령 혐의로 곽 전 사장을 구속한 검찰은 그에게서 ‘5만 달러 제공’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고, 이를 토대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그러나 법정에 나온 곽 전 사장은 “5만 달러를 직접 건넨 것이 아니라 총리 공관 의자에 놓고 왔다”고 증언을 번복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5만 달러를 어떻게 조성했는지와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를 어디에 썼는지도 입증하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2010년 4월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유일한 직접증거인 곽 전 사장의 진술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같은 해 7월 한만호(51)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줬다”는 한 전 대표의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전 대표 역시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했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유일한 직접증거인 한 전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총리 “검찰 개혁하겠다”=한 전 총리는 무죄 선고 후 밝은 표정으로 법원을 나서면서 “진실과 정의가 권력을 이긴 것이다. 표적수사로 인한 제2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이 상고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끝까지 싸울 것이다. 정치검찰이 건강한 검찰이 되도록 국민의 뜻대로 검찰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답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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