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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막장 드라마’는 한국 사회의 거울

중앙일보 2012.01.14 00:00 종합 22면 지면보기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지음, 인물과 사상사

448쪽, 1만 7000원




‘허준’ 63.7%, ‘태조 왕건’ 60.2%, ‘대장금’ 57.8%. 2000년대 이후 꿈의 시청률이라 불리는 50%(전국 가구 수 기준)를 넘긴 드라마다. 전 국민의 반수 이상이 한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 폐인이 되기를 자처하는 나라. 이 곳은 ‘드라마 공화국’, 한국이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는 1956년 최초의 드라마부터 2010년 막장드라마 전성시대까지 60여 년의 드라마 역사를 훑는다. 저자는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 이전에 ‘드라마 제작 현실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드라마를 비평적으로 뜯어보지 않고 외부 환경이 드라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주목하겠다는 뜻이다.



 그 동안 드라마는 정권에 휘둘리기도 하고, 시청률의 압박을 받기도 했다. 천정부지로 솟은 스타의 몸값 때문에 간접광고(PPL)에 기댔고, 드라마 산업의 위기 앞에선 저비용 고효율의 ‘막장 드라마’로 치닫기도 했다.



 드라마 수난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되짚어보는 것은 흥미롭다. 배우 최불암이 출연한 ‘개구리 남편(1969)’은 홈드라마에서 금기시된 불륜을 처음으로 다뤄 방송윤리위원회에 경고를 받았다. 유신시대엔 반공 드라마도 제작됐다. 스타들은 정권의 강요에 의해 재미도 감동도 없는 드라마에 출연해야 했다.



 90년대 이후엔 돈이 드라마의 발목을 잡았다. 무리한 간접광고로 비난 받았던 ‘루루공주(2005)’는 ‘비데공주’ ‘PPL공주’라는 오명을 얻었다. ‘아내의 유혹(2008), ‘그 여자가 무서워(2009)’ 등 복수와 치정이 비상식적으로 펼쳐지는 ‘막장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의 불길한 징조”라는 악평을 감수했다.



 하지만 저자는 문제의 드라마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드라마의 질은 시청한 사람들의 공동책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맺음말에 이렇게 밝혔다. “고강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인에게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던 드라마를 도덕적 프레임만으로 보지 않는 것은 우리가 드라마에 해줄 수 있는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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