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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로마인은 모든 걸 뺏어 갔어, 나쁜 놈들 … 그래도 목욕탕·법·도시는 그들 덕이지 …

중앙일보 2012.01.14 00:00 종합 24면 지면보기
고대 로마인의 24시간

알베르토 안젤라 지음

주효숙 옮김, 까치

396쪽, 1만8000원




“로마인들이 우리 모든 걸 빼앗아 갔어. 나쁜 놈들.” “그래도 도시와 하수도는 만들어줬어.” “쳇, 그게 전부인데 뭘.” “공중목욕탕·포도주·의약품도 선물했고, 법과 질서도 만들어준 게 그들이야. 로마인들이 떠나면 정말 그리울 거야.”



 현대 국제관계를 다룬 『신공공외교』(얀 멜리센 엮음)에도 옛 로마 얘기가 잠시 등장한다. 인류사에 첫 등장했던 공중목욕탕·포도주·도시란 그만큼 삶의 질과 관련된 제국의 소프트파워였다는 평가다. 앞의 인용처럼 제국에 반기 든 주변국 혁명가들도 그 매력을 기꺼이 인정했을 정도였다.



 『고대 로마인의 24시간』은 로마제국 전성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BC 115년 즉 트라야누스 황제 집권기 제국의 일상과 삶의 질에 대한 탐험인데, 현지에서는 수십만 부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쉽게 읽히지만, 최신 역사학 연구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신뢰감도 준다.



 당시 로마 인구는 지금 남한과 비슷했다. 5000만 명. 그중 수도권 인구는 150만인데, 이들은 지금의 아파트 비슷한 인술라, 즉 공동주택에 살았다. 황제는 건물 높이를 20m 내외로 규정했으니 시내엔 6층짜리 집들로 빼곡했다. 그건 “지구상에 가장 높은 살림집”(82쪽)인데, 그걸 과연 어떻게 지었지?



 석회가루에 물을 부으면 단단해지는 원리를 알았던 로마인은 시멘트를 건축재료로 쓴 첫 문명인이다. 그들은 패션·외모에도 민감했다. 권력자 카이사르의 경우 탈모 왁스로 종아리 털을 제거했다. 염색약도 유행했는데, 머리털이 너무 많이 빠지면 가발을 썼다. 아니면 누구처럼 두피에 검댕을 발랐다.



 이들은 콜로세움 검투사들의 스포츠도 즐겼지만 하이라이트는 목욕탕이다. 이 역시 인류 첫 도시의 휴양시설이었다. 내부엔 도서관까지 있었고, 최대 3000명을 수용했다. 그들 삶의 질에 섹스도 빼놓을 수 없다. 로마야말로 “성의 패스트푸드화를 실현”(370쪽)했는데, 사창가 루파나리가 그 증거다.



 루파나리는 요즘 인도 봄베이의 홍등가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기독교 윤리 보편화 이전의 그들이 현대인보다 분방한 섹스를 즐겼지만, 그렇게 난잡했던 것만은 아니다. 『고대 로마인의 24시간』, 대중역사학의 새로운 모델이지만,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건 아니라는 한계도 없지 않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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