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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몰랐어요, 너구리가 숲 속에 ‘가족화장실’ 만드는지

중앙일보 2012.01.14 00:00 종합 24면 지면보기
야생 동물 명탐정

똥 싼 동물을 찾아라

구마가이 사토시 지음

박인용 옮김, 한언

250쪽, 1만3900원




유아 그림책의 스테디셀러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두더지가 자기 머리에 똥 싼 동물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다. 증거라곤 똥 뿐인데, 어떻게 범인을 찾아내는지 지켜보며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이 책은 동물이 남긴 똥·먹이·찌꺼기 등을 찾아다니며 흔적의 주인공을 추리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러한 야생 동물의 생활 흔적을 ‘필드 사인’이라 하고, 필드 사인을 연구하는 것을 ‘필드 워크’라고 한다.



 똥 싼 범인을 찾는 건 초보자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같이 막대모양 똥을 누는 건 육식·잡식성 동물들이다. 초식 동물인 사슴과 산양 똥엔 새끼줄처럼 울퉁불퉁한 무늬가 나타난다. 너구리는 가족 전체가 똥 누는 곳을 정해 가족 화장실을 만든다.



 필드 사인의 기초는 발자국이다. 네 발로 걷는 동물들은 대개 앞발을 축으로 해 중심을 잡기 때문에 앞발이 더 크고 발자국도 더 깊게 찍힌다. 그러나 다람쥐나 쥐는 앞발가락이 4개고 뒷발가락은 5개인데다 크기도 뒷발이 더 크다. 오도카니 서거나 뒷발에 중심을 두고 생활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청설모가 나중에 먹으려고 나뭇가지 사이에 쟁여둔 도토리, 반달가슴곰이 나무열매를 따 먹으면서 끌어당긴 가지를 엉덩이에 깔고 앉은 자국인 ‘상사리’ 등 동물마다 색다른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책에는 발자국 감별하는 법 등 필드 사인의 기초부터 일본·우리나라에 사는 포유동물의 흔적과 습성까지 담겨 있다. 동물 하나 하나의 습성을 좇아가다 보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고라니·사슴·노루를 구별하는 방법도 얼추 알게 된다.



똑같이 도토리를 먹더라도 동물에 따라 어디부터 어떻게 구멍을 내는지도 다르다고 하니 경이로울 따름이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장 숲으로 달려가고 싶어질 것 같다. 단, 모자부터 긴 소매 옷, 장갑까지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 해충에 물리거나 나뭇가지에 긁힐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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