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과 테러의 시대, 세계 평화란 게 있을까. 미국 프로농구(NBA)에는 있다. LA 레이커스에는 메타 월드 피스(Metta World Peace·33)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있다. 메타는 불교에서 자비라는 뜻이다. 그의 과거 이름은 론 아테스트였다. 왕년에 악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데니스 로드맨 못지않은 문제 선수였다.
LA 레이커스 아테스트 개명 사연
그는 1999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시카고 불스에 입단했다. 통산 열일곱 시즌 동안 경기당 14.6점·4.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공격력도 좋았지만 수비가 압권이었다. 그가 맡는 선수는 평소의 절반밖에 득점을 못했다. 2004년에는 NBA 올해의 수비수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금 악동 론 아테스트는 없다. 지난해 6월 미국 법원에 이름 개정 신청서를 냈다. 그는 이름을 바꾸는 이유를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고 썼다. 지난해 9월 16일 법원으로부터 개명 허가를 받은 뒤 그는 “과거에는 너무 어렸다. 이제 성숙해졌다. 청소년들에게 세계 평화에 대한 영감을 주고 싶어 이름을 바꿨다”고 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불량 선수는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선수가 되어 경기에 나오고 있다. 레이커스의 경기에서는 장내 아나운서가 세계 평화를 외친다. 기록지에도, 전광판에도 세계 평화가 나온다. 경기장을 찾은 사람 모두, 경기 중계를 보는 사람 모두들 좋든 싫든 세계 평화에 대해 듣고 이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아테스트가 갑자기 변한 것은 아니다. 그는 서른이 넘은 후에야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2010년 받은 생애 첫 우승 반지를 경매에 부쳐 수익금 50만 달러(약 5억7000만원)를 기부했다. 정신건강 관련 공공사업이었다. 그는 2004년 팬 폭행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나는 치료를 받은 뒤 많은 일을 성취했다. 누구나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산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나처럼 변화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연봉(680만 달러) 일부를 자선단체에 내놓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유명 프로그램인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했다. “딸에게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올해 세계 평화의 성적은 경기당 평균 5.9점·2.7리바운드에 그치고 있다. 과거의 론 아테스트에 비하면 성적은 형편 없다. 일부 팬과 동료는 “이름을 바꾼 후 성적이 나빠졌다. 다시 예전의 이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계 평화는 부처님처럼 그냥 미소만 짓는다. 성적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