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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서 ‘손담비 의자춤’까지 춘 오페라 가수

중앙일보 2012.01.14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소프라노 임선혜씨는 “한 해가 시작됐다는 느낌이 없어질 때쯤 신년음악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협연 당시 모습. [빈체로 제공]


“삶이 즐겁지 않으면 음악이 즐겁지 않다.”

유럽서 활동 소프라노 임선혜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36)씨는 인터뷰 내내 밝게 웃었다. 2010년 유럽에서 공연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가짜 여자 정원사’를 얘기할 때 검은색 부츠를 신은 오른쪽 발을 의자 뒤로 넘기기도 했다.



그는 “연출가가 안무를 생각해 보라고 말해 인터넷으로 손담비씨의 의자춤을 보고 유럽 관객들 앞에서 선보였다”며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오페라 가수는 무대에서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지만 모차르트 이전 시대에는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임씨는 유럽 고(古)음악계에서 유명하다.



- 고음악이라는 게 생소하다.



 “고음악으로 가면 오페라 무대 중간에 발레단이 등장하기도 하고 연출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저와 같이) 노래하는 사람들에게도 간단한 안무를 하게 한다. 춤도 잘 춘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서 의자춤을 연구했다.”



 임씨의 발음은 다른 소프라노 가수들보다 또렷하다. 발성보다 가사 전달을 중시한 고음악을 오래한 덕분이다. 라틴어 사전을 들고 다니며 발음을 연습한다는 임씨는 “(발성법을 중시한) 벨칸토 시대에는 (오페라 가수는) 연기를 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발성법’이란 뜻의 벨칸토(Bel Canto) 기법은 고음악 시대 이후인 17~18세기에 만들어졌다. 다른 소프라노와 달리 유독 무대에서 움직임이 많은 임씨는 풍부한 표정연기와 자연스러운 몸짓이 특기다.



 13년째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집에서 머문 날짜를 계산해 보니 딱 한 달 정도 되더라”고 말했다. 독일에 있는 자신의 집을 ‘가구가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집에 들어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임씨지만 ‘서른 즈음에’는 음악을 계속할지 고민도 했다고 한다. 그는 “제 음악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며 “나는 그냥 좋아서 무대를 즐기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 어떻게 극복했나.



 “종교곡 중 수난곡을 불렀던 음악회를 마치고 나가는데 한 분이 제 등을 부여잡고 ‘당케 당케(독일어로 고맙다는 뜻)’라고 말하면서 우는데 그날 정신이 들었다. (웃음)”



 임씨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신년음악회를 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왈츠 음악의 대가 페터 구트의 지휘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 이번 공연에서 재미있는 점은.



 “가사는 주로 독일어로 부르지만 가끔 프랑스어 단어가 섞여 나온다. 한국에서 유식함의 상징으로 영어를 섞어 썼듯 그 시대에도 ‘투오네(tournure·몸매)’ 등의 불어를 섞어 썼다.”



 임씨는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19일), 경기 용인여성회관(20일)에서 신년음악회를 연이어 가진다. 올해 8월엔 지휘자 르네 야콥스와 함께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녹음한 뒤 유럽 투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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