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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 여성 노인의 성에도 관심 가져야

중앙일보 2012.01.14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안태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최근 우리 사회는 노인의 성(性)문제에 전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노인도 성적 욕구가 있다거나, 성매매나 성병 등 일부 노인의 일탈한 성행동을 보도하는 데 집중됐다. 이제는 노인의 성문제가 어떠한 것이고 어떠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지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하는 데 이른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조사나 언론보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노인의 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극히 남성 노인 중심적이고 신체 중심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노인의 성을 성생활 여부나 빈도와 같은 수치로 파악해 노인의 성적 욕구도 건강한 젊은이 못지않음을 강조하면서 홀로 된 노인은 재혼으로, 성기능이 감퇴한 노인에게는 약품이나 도구를 제공해 성생활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 노인의 성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듯이 말한다. 그러나 이는 남성 노인과 여성 노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인가?



 지난해 우리 연구원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기혼 노인 중에서 노후의 결혼만족에 성생활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남성 노인은 70%였으나 여성 노인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3%에 불과했다. 또 남성 노인은 성생활을 자주 하고, 성생활에 만족할수록 결혼만족도도 높았다. 그러나 여성 노인의 경우에는 그런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성생활에 불만족한 이유를 보면 남성은 배우자의 거부가 44%인 반면, 여성은 배우자의 일방적인 요구가 17%였다. 이는 성생활의 지속이 남성 노인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여성 노인에게는 그렇지 못함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여성 노인이 성생활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홀로 된 여성 노인 중 7%는 성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60대보다 70대가 더 많았다. 또한 이성교제를 하고 있는 여성 노인 중 절반은 교제 상대와 성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그중 대부분이 상대와의 재혼을 원하지 않았다.



 한편 홀로 된 남성 노인들은 외로움과 가사 미숙 때문에 재혼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여성 노인들은 수십 년 해 온 자식 뒷바라지와 가사노동, 며느리·아내 역할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노후를 즐길 수 있는데 왜 재혼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성문제에 대해 남성 노인은 여성 노인보다 더 적극적이며 당당히 자신의 성적 욕구를 드러냈다. 사회도 남성 노인의 성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이는 우리 사회에 여전한 성적 이중관념 때문이다. 필자가 면접한 한 여성 노인은 강압적인 남편의 성격 때문에 평생 부부관계에서 불만족이었음을 토로하고 지금이라도 끌리는 이성이 있으면 사귀고 싶다고 했다. 이런 여성 노인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제는 노인의 성을 남성 노인 중심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여성 노인도 성적인 주체로서 어떤 성적 욕구와 고민이 있는지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안태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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