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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 학교폭력, 호들갑-망각 반복 안 된다

중앙일보 2012.01.14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
학교폭력 문제로 온 나라가 다시 시끄럽다. 2005년 모 신문에 기고한 학교폭력 예방 관련 칼럼에서 “어떤 사건이 터지면 충격을 받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며 땜질식 대책을 내놓고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호들갑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현상을 분석하며 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를 기대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회 성인들의 폭력과 마찬가지로 미성년인 학생들이 저지르는 학교폭력 또한 노력을 통해 줄일 수는 있지만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경쟁 위주, 성적 위주의 현 세태이겠지만 더 깊게는 청소년 또한 성인과 마찬가지로 각종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세태 때문이라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는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미국·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도 학교폭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교와 교사가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일반 교사나 학교의 역량을 벗어나는 학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의 하나는 각 지역별로 정도가 심한 가해 학생을 별도로 모아놓고 교육시킬 공립 대안학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현재는 문제가 아주 심한 학생을 소년원에 보내 격리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으나 일반 학교에서 생활지도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학생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은 부족하다. “소년원에 보낼 필요까지는 없는 학생들을 상태가 더욱 나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소년원에 보내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어느 가정법원장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학교와 사회의 역할도 따져보아야 한다. 일부 언론은 학교폭력이 주로 학교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이런 오류는 청소년 폭력과 학교폭력을 동일시한 데서 비롯된다. 현행법은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폭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학생이 저지른 폭력은 모두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오해하고,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의 학교 밖 생활에 대해 거의 통제권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청소년 폭력 예방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학교와 사회의 역할과 책임 범위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할 때 학교 교육과 관련된 개선안도 타당성을 얻게 된다. 그래야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공조하면서 청소년 폭력을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역할과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중요하다. 왕따 학생에 대해 학교가 모르고 있었다고 원망하는 학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자기 자녀 교육만 담당하면서도 자녀의 고통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부모가 많은 학생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에게만 그 책임을 묻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부모가 자녀 교육의 1차적 책임자로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미국의 실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모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잘 아는 것처럼 피해 학생 수보다는 가해 학생 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론매체의 보도를 보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겁난다는 학부모는 많지만, 자신의 아이가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학부모의 이러한 사고 방식을 자녀 보호 본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아 넘긴다면 학교폭력을 줄이기 힘들다. 자녀가 학교폭력을 행사했을 경우 부모의 책임은 문제 자녀와 함께 교육 받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부모의 책임의식을 높이는 데 충분하지 않다면 이번 기회에 보완책을 검토해보길 바란다. 학교폭력 문제의 첫 책임자는 학부모임을 상기시키고 상응하는 책임을 부여하며, 가정의 교육력 회복을 위해 학교와 사회가 함께 나서기를 기대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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