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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최가온] 중국 방송산업의 추세와 에듀테인먼트 한류의 가능성

중앙일보 2012.01.13 10:50
최근 중국 정부가 방송산업에 대해 잇따른 규제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인기 방송 프로그램들은 시간대를 변경하거나 폐지를 감행해야만 했으며 방송 중간중간에 방영되던 광고들도 내년부터는 프로그램 중간에 방영이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규제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송산업 전반에 대규모의 변화가 임박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개최되었던 공산당 17기 6중전회에서는 방송, 공연, 출판 등 문화산업 전반에서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정풍운동(整???)' 형태의 규제를 강조했다. 11월 8일 발간된 중국경제주간(中???周刊)에 따르면, 2012년부터는 중국 당국의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34개의 위성TV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하는 오락 프로그램이 현재의 매주 126개에서 9개로 줄어든다고 했다. 대신 그 자리에 뉴스, 경제, 문화, 과학, 도덕, 법률 등의 교양 프로그램이 방영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이와 같은 방침은 소비주의 사고에 물들어가는 자국민들의 전통적 가치관과 사회주의 사상을 보호하고, 문화적 소양을 계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러한 추세로 보았을 때, 중국에서 연예오락을 담당하는 순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규모가 줄어드는 대신, 교육과 동시에 재미를 추구하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산업이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고, 그 개발 노하우가 있는 우리나라 방송사들과 기업들은 중국에서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을까.



각각 우리나라 방송사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입장을 살펴보겠다.



첫째, 한국 방송사들은 양국 공동제작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중국에서 TV와 라디오 방송을 총괄하고 있는 국가광전총국(?家???局)과,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2006년 양국의 방송분야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이 양해각서의 주요 내용 중에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서 양국 산업간 협력을 촉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에듀테인먼트 분야의 방송 프로그램들이 포진되어 있다. 장학퀴즈, 도전 골든벨, 넘버원, 비타민, 솔로몬의 선택 등과 같이 교육적인 내용을 재미와 함께 전달하는 콘텐츠들은 이미 우리나라 방송시장에서 그 경쟁력이 검증되었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콘텐츠 산업이 미성숙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야말로 한국 방송사들이 진출해야 할 블루오션인 것이다.



둘째, 한국 기업들은 아직 성장 중에 있는 중국 에듀테인먼트 방송 관련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중국 당국은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중국의 에듀테인먼트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애니메이션 산업이 있다.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에듀테인먼트 산업에서 앞장서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의 기업들에 투자를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SK그룹은 BTV(북경TV)에 투자를 하였고, 이 결과로 2001년부터 자사의 기업 브랜드를 내걸게 된 'SK 장웬방(?元榜)'이라는 방송을 방영하게 되었다. 현재 중국의 청소년 인기프로그램인 이 방송을 통해 SK그룹은 광고효과를 얻는 것은 물론, 브랜드 구축과 현지화를 성공적으로 하였다.



물론 이러한 전망이 밝다고만은 볼 수 없다. 그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째, 프로그램 시간대를 재편성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시간대의 시청자들이 똑같이 오락프로그램 대신에 교양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보장이 없다. 재미를 추구하는 시청자들은 교양 프로그램 방송 시간대에 TV시청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바뀐 시간대에 맞춰서 오락프로그램을 시청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에듀테인먼트 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아서 투자대비 수익률이 매우 낮거나 심지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 당국의 이러한 조치와 규제의 유지여부도 불투명하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오락프로그램들의 시간대를 황금시간대 밖으로 밀어내고, 광고 방영을 제한하면서 방송사들이 광고수익도 함께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발생한 방송사들의 금전적 손실에 대한 마땅한 대비책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그 동안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대해서 간단한 권고조치를 내리던 것에 비해서 현재 취하고 있는 입장은 어딘가 단호해 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는 이익에 대한 기대보다, 그것을 통해서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중국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낳을 사회적 폐단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에 대한 치료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방침은 결국 황금시간대 교양 프로그램 위주로 방송을 편성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바람대로 새롭게 편성한 교양 방송이 국민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교육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재미의 요소가 포함된 에듀테인먼트 감각이 필요하다. 한국의 방송사들과 기업들이 그들만의 노하우로 이 틈새시장을 공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이어서 에듀테인먼트 분야에도 한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해본다.



최가온 북경대 광화관리학원 (sinopedia.p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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