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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200만명이 찾는 세계 최고의 스키장, 캐나다 휘슬러 리조트

중앙일보 2012.01.13 04:25 Week& 7면 지면보기
휘슬러의 번트 스튜 트레일을 스키어들이 내달리고 있다. 아름다운 주변 풍광에 한눈팔다 스튜를 태웠다고 해서 번트 스튜(Burnt-Stew)란 이름이 붙었다. 멀리 보이는 리프트 기지는 심포니 익스프레스다




캐나다 휘슬러(Whistler). 스키의 천국이다. 코스가 200개가 넘는다. 바위 위, 나무 사이로 사방에 길이 나 있다. 스키어가 길을 만들어서 간다. 그래서 길은 무한대다. 한 해 200만 명이 이곳 설원을 누비다 가는데 그중 절반이 그 장엄한 풍광을 못 잊어 다시 찾는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개최한 스키장. 전 세계 스키어의 꿈인 휘슬러를 경험하고 왔다.





휘슬러 리조트에서 한국인 스키강사 정우찬(42)씨를 만났다. 그는 한국인 중 두 번째로 CSIA(Canadian Ski Instructors Alliance) 레벨 4를 획득한 전문강사다. 레벨 4는 최고 단계다. 정씨가 휘슬러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오늘 휘슬러에 인버전(inversion)이 일어났습니다. 산 밑에서는 온통 구름만 보이고 추운데, 산 정상 부근은 맑고 따뜻한 상태를 말하죠.” ‘인버전’은 휘슬러 스키어라면 한번쯤 꿈꾸는 일종의 요지경이다. 이번 스키 여행에 ‘인버전’을 경험할 수 있을까. 가슴이 설렜다.



 휘슬러 스키장은 서로 마주 보는 휘슬러와 블랙콤(Blackcomb) 두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우선 휘슬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해발 675m에 위치한 출발점 ‘빌리지(Village)’에서 곤돌라를 타고 30분 오르면 해발 1850m에 위치한 라운드하우스(Roundhouse) 산장에 닿는다. 이 산장에 식당, 스키용품점,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피크 투 피크 곤돌라. 세계 최장 4.4㎞의 케이블을 단 4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다(위). 정우찬 강사가 휘슬러 정상에서 블랙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아래).
 여기서 건너편 봉우리 블랙콤으로 이어지는 피크 투 피크(Peak 2 Peak) 곤돌라를 이용할 수 있다. 2009년 이전에는 하루에 한 봉우리만 올라 스키를 타기에도 벅찼단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케이블로 두 봉우리를 연결했다. 지금은 11분이면 한쪽 봉우리에서 다른 쪽 봉우리로 건너가 두 곳에서 스키를 즐기는 ‘양다리’ 체험이 가능하다. 케이블로 이어진 거리가 무려 4.4㎞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 그러나 이 거리를 받치고 있는 건 기둥 네 개가 전부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란다.



 휘슬러 정상부터 올라갔다. 정상에 오르니 해발 2182m다. 사방이 탁 트였다. 고봉준령이 너나없이 파도 치듯이 넘실대고 있었다. 이제 내려가야 할 차례다. 정씨는 “휘슬러에는 인간이 갈 수 없는 곳이라고 판단되는 곳에만 위험 팻말을 꽂아놓는다”고 말했다. 정해진 슬로프만 타야 하는 게 아니라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처음이니까 몸풀이로 쉬운 길을 택했다. 번트 스튜 트레일(Burnt-Stew Trail)이다. 왼쪽 비탈에는 하얀 눈 숲이, 오른쪽 계곡엔 푸른 숲이 대비되며 묘한 조화를 이뤘다. 멀리 블랙콤이 보였다. 이 풍광에 압도됐다. 휘슬러에서 내려온 뒤 다시 라운드하우스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피크 투 피크 곤돌라를 타고 건너편 블랙콤으로 향했다.



 블랙콤 정상(2440m)에는 갈 수 없었다. 스키를 타기에 적당치 않은 바위투성이라 리프트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00m 가까이 활강한 다음 글래시어 크리크(Glacier Creek)에서 식사를 했다. 산중턱에 있는 크고 작은 산장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었다. 대신 블랙콤의 9부 능선 격인 7th 헤븐(Heaven·2284m)에 올랐다. 여기서 다시 하강. 구불구불 스위치백(switch back) 코스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낭떠러지를 통과할 때 온몸에 전율이 올라왔다. 낭떠러지 아래에서 주위를 둘러봤다. 왼쪽 어깨너머로 시커먼 블랙콤 정상이 새하얀 눈을 뚫고 서 있다. 그 위로 새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압권이었다.



 휘슬러를 처음 경험한 뒤부터는 혼자서도 내려왔다. 이번엔 이 슬로프, 다음엔 저 슬로프, 스키가 나아가면 바로 슬로프가 되었다. 휘슬러는 부드러웠고 블랙콤은 강했다. 휘슬러는 어머니, 블랙콤은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운이 없었는지 ‘인버전’은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쉬움은 없다. 한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대자연 속에서 한껏 스키를 즐겼다. 한국에 도착하자 캐나다에서 문자메시지가 날아와 있었다. “김 기자, 떠나던 날 휘슬러에 인버전이 일어났대!”





●휘슬러 리조트 설치류 마모트가 입으로 휙~ 하고 휘파람(whistle) 내는 듯한 소리를 본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당시 스키 종목이 여기서 열렸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1시간이면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 닿는다. 밴쿠버 공항에서 북쪽으로 120㎞ 떨어진 휘슬러 스키장까지는 2시간 거리다. 휘슬러 리조트에서는 스키어 대부분이 숙박장소에서 1주일 이상 머물러 대부분 방에서 음식 조리가 가능하다. 문의 주한 캐나다 관광청(www.canada.travel), 파로스여행사 02-737-3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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