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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남이섬에 외국인 몰리는 까닭

중앙일보 2012.01.13 04:19 Week& 4면 지면보기
손민호 기자
지난해 연말 남이섬에 갔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진 평일 아침이었다. 오랜만에 한갓지겠구나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남이섬 들어가는 배는 추운 날씨에도 꽉꽉 찼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날 남이섬에 들어온 사람은 3336명이었다. 더 놀라운 건 외국인 숫자였다. 이날 하루 남이섬에는 외국인 1827명이 들어왔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300명 이상 많았다.



 섬에는 아직 눈이 없어 휑했다. 은행나무길 낙엽도 치운 뒤였다. 모진 겨울바람만 수시로 몰아쳤다. 그러나 외국인은 한결같이 환한 얼굴이었다. 동남아시아 사람이 유난히 많았는데, 그들은 낙원이라도 들어온 것처럼 한껏 들떠 있었다.



 남이섬에서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들이 많이 몰리고 오래 머무르는 장소를 따라다녔다. 그러자 열광하는 이유도 보였다. 그들은 고드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남이섬은 겨울에도 분수대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았다. 일부러 얼려 얼음을 만들었다. 그래도 얼음이 모자라면 나뭇가지에 물을 뿌리고, 날개 모양 조형물을 만들어 물에 적신 뒤 바깥에 세워 고드름을 만들었다. 겨울 없는 나라에서 온 그들은 남이섬이 연출한 겨울 풍경에 푹 빠져 있었다. 눈 한 송이 안 내렸어도 남이섬은 겨울나라였다.



 뜻밖의 장소는 이슬람 기도실이었다. 40평 남짓한 작은 방이었는데, 하루 평균 60명 정도 들른다고 했다. 동남아시아 손님이 늘어나는 걸 보고 지난해 여름 설치했다고 했다. 남이섬에서 이슬람 기도실을 목격한 다음 전국의 대형 호텔·리조트·테마파크를 확인했다. 이슬람 기도실이 있다고 답한 곳은 에버랜드뿐이었다.



 지난해 남이섬 입장객 230만 명 중에서 42만 명이 외국인이었다. 입장객 5명 중에서 1명이 외국인이었던 셈이다. 놀라운 건, 그들의 국적이었다(남이섬은 외국인 손님을 국적별로 관리한다. 이 또한 다른 관광지에 없는 시스템이다). 태국(14만8519명)이 1등이었고, 대만(8만7836명)·말레이시아(4만8833명)가 뒤를 이었다. 일본(1만2360명)은 겨우 8위였다. ‘겨울연가’ 촬영지를 찾아 일본 아줌마가 줄지어 들어온다는 건 한참 전 얘기였다. 남이섬은 진작에 ‘겨울연가’ 이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980만 명(추산)이다. 2008년 689만 명을 기록한 뒤로 외국인 방문객은 해마다 100만 명씩 늘고 있다. 이에 고무됐는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12년 목표는 1100만 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23명 중 한 명꼴로 남이섬을 방문했다. 남이섬은 카지노도 아니고 스키 리조트도 아니다. 중국인이 좋아한다는 대형 쇼핑센터도 없다. 자전거 타고 한 시간이면 다 돌아보는 작은 섬이다.



 외국인 방문객 1000만 명 시대? 좋다, 다 좋다. 그런데 남이섬만큼 치열하게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 눈에는 남이섬 42만 명이 대한민국 980만 명보다 훨씬 커 보인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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