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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하반신 마비…가해부모 반응이

중앙일보 2012.01.13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중앙포토]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9일 서울 면목동의 한 청소년상담센터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부모 10여 명을 만났다. 이 중에는 중학교 2학년 A양 어머니도 있었다. A양은 성적이 전교 10위권이었고 성격도 명랑했다. 교사들도 그 학생을 귀여워했다. 친구 다섯 명이 이를 질투해 A양을 집단적으로 괴롭혔다. 견디다 못한 A양은 지난해 봄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목숨은 건졌으나 하반신이 마비됐다. 학교 측은 가해학생들에게 ‘서면 사과’와 ‘전학 권고’ 처분을 내렸다.


멈춰! 학교폭력 ⑧ 피해보상 시스템 만들자
아파트 투신 여중생, 치료비 4000만원에 또 고통

 다친 A양을 돌보느라 엄마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A양은 10여 차례 수술을 받았다. 치료비가 4000만원 넘게 나왔다. 치료비는 모두 A양 가족이 댔다. 아직 가해 학부모들에게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했다. 사고 당시 “미안하다”고 말하던 가해학생의 부모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법대로 하라”며 말을 바꿨다. 가해학생들은 예전대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A양의 부모는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학교 차원에서 적법하게 조치가 끝난 일”이라며 “학교안전공제회에 문의해 보라”는 답만 돌아왔다. 교육청 안내대로 학교안전공제회를 찾아갔다. “우리는 학교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를 다루는 곳이지, 학교폭력을 다루진 않는다”며 공제회도 난색을 표했다.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가정은 이처럼 경제적 파탄을 맞는다. 심하게 다친 자녀를 돌보기 위해선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은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수술·상담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피해 가정을 도와줄 보상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본지는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상 시스템을 법제화하자’고 제안한다. 2004년 만들어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는 이름에서부터 ‘보상’이 빠져 있다. 학교 안전사고를 다루는 법률(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과 대조적이다. 학교폭력법에는 “피해·가해학생의 치료 비용은 가해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피해 학부모가 치료 비용을 어떻게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합의 중재는 정부나 학교의 의무사항도 아니다. 법에선 “학교가 중재할 수 있다”고만 언급하고 있다. 그나마도 ‘조정기간은 1개월을 넘길 수 없다’고 돼 있다. 한 달 안에 양측이 합의를 못 보면 학교는 중재 부담에서 자유로워진다.



 피해 가족은 보상을 받기 위해 소송을 감수한다. 하지만 이것도 별 효력이 없다. 신미현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치료비를 받으려면 어떻게든 합의를 봐야 하는데 가해학생 부모들은 ‘합의금을 받으려면 민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써달라고 요구하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말했다.



 신순갑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사무총장은 “정부 예산으로 청소년 상해보험을 들어서라도 보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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