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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권 선진국 이미지 큰 타격 … 탈레반과 해빙 노력 물거품 우려

중앙일보 2012.01.13 00:00 종합 12면 지면보기
“미 해병대가 탈레반 대원 시신에 소변을 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은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미 해병대 ‘시신 모독’ 후폭풍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TV는 11일(현지시간) 미 해병대의 시신 모욕 동영상 소식을 보도하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2004년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자행된 미군 병사들의 이라크인 수감자 고문·학대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포로들을 발가벗겨 피라미드처럼 쌓아놓고, 개처럼 끌고 다니는 미군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2010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 배치됐던 미군 병사들이 무장하지 않은 소년을 사살한 직후 피투성이가 된 시신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미군의 이런 전쟁포로 학대 전력 때문에 10일 공개된 미 해병대의 탈레반 대원 시신 모욕 동영상은 더욱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적극적인 조치를 약속했지만, 인권 선진국을 자처하는 미국의 국가 이미지 실추와 도덕성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CNN방송은 동영상을 면밀히 살펴본 해병대 고위 관료를 인용해 “화면 속의 해병들이 캘리버30 저격수 소총을 들고 있고, 해병대 저격수 부대가 보급한 헬멧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저격수들이 탈레반 대원들을 사살한 뒤 모욕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11일 “ 다른 학대 사례를 지켜봐 온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이번 사건으로 더 큰 반미 감정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순차적으로 철수하며,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하는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타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탈레반은 미국과 교섭할 수 있는 연락 사무소를 카타르에 개설하기로 했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포로를 석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 대변인은 영국 BBC 방송에 “인간으로서 할 행동이 아니 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또 다른 대변인은 로이터에 “이 동영상이 평화 협상 노력에는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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