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본좌, 붉은 서재 … 인터넷 휘젓는 20대 논객들

중앙일보 2012.01.13 00:00 종합 15면 지면보기
서울시립대 4학년 조윤호(23·국제관계학과)씨는 요즘 언론사·출판사 등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한 달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칼럼 기고,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책 집필,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라 분주했다. 조씨는 인터넷에서 ‘조본좌’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진보 성향의 20대 논객이다. 블로그에 사회 현안에 대한 글을 올리다 유명 인사가 됐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한 일간지의 온라인 칼럼 필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씨는 “외부 활동이 시험기간과 겹쳐 밤을 새울 때도 종종 있지만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변화를 이끈다는 생각에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 잡기 나선 정치권도 주목
등록금·취업·정치현안 비판 신랄
칼럼 필진, TV 패널로 인기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등 정치권이 앞다퉈 ‘20대 민심 잡기’에 나서면서 20대 논객들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취업이나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알려졌던 20대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세대 4학년 송준모(25·사회학과)씨는 2009년 자신의 블로그에 ‘88만원 세대’라는 명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88만원 세대’는 상위 5%를 제외한 나머지 20대가 평균 임금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의 삶을 산다는 의미다. 송씨는 계층 간의 소득 격차가 세대 간 격차보다 더 심각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 글을 계기로 이름을 알린 송씨는 요즘 TV토론 패널 참석, 책 출간 제의 등을 받고 있다.



 한윤형(28·서울대 철학과 졸업)씨는 평범한 블로거에서 일간지 칼럼니스트가 된 사례다. 한씨가 쓴 『뉴라이트 사용후기』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등의 책은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고려대 4학년 박원익(26·경제학과)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붉은 서재’에 FTA 반대 집회 등 사회 현안에 대한 단상, 국내외 사회과학 논문 비평 등을 올려 호평을 받고 있다. 2009년 문을 연 이 블로그의 총 방문자 수는 42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20대 논객이 주목을 받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강대 전상진(사회학) 교수는 “과거 일부 엘리트가 독점하던 지식을 일반 국민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와 관련돼 있다”며 “지식의 흐름이 과거처럼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신광영(사회학) 교수도 “20대는 인터넷을 온전히 경험한 첫 세대여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자기를 능숙하게 표현한다”며 “새로운 대중적 지식인이 형성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러나 “기성 학자들의 논리에 기대고 있는 측면도 작지 않다”며 “20대 논객을 접하는 독자들의 높은 안목이 이들을 더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상·한영익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