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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기자의 까칠한 무대] 돌려막기 달인 … 기어이 감옥 간 뮤지컬 제작자

중앙일보 2012.01.13 00: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최민우 기자
뮤지컬 제작자 최남주(44)씨와 점심을 먹은 건 2007년 가을이었다. 당시 그는 퀸(Queen)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를 수입해 들여오려던 참이었다. 이미 ‘십계’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수입해 실컷 말아먹은 그였다. ‘무슨 재주로 계속 공연을 올리지?’란 심정으로 나갔다.



 막상 만나본 최씨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나온, 소위 엄친아였다. 본래 금융 쪽에서 일하다 공연 투자를 하며 연을 맺기 시작했고, 직접 제작에까지 나서게 됐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하는 등 꽤 명석해 보였다. 자리를 마칠 무렵, 이 질문을 하기 전까진 말이다.



 “그래, 이번 작품에서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이나 ‘Another one bites the dust’가 어떻게 쓰이죠?”(퀸의 노래 중 두 곡만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그는 퀸이란 이름은 들어봤을지언정, 퀸의 노래는 잘 몰랐다.



 물론 제작자가 작품에 대해 시시콜콜 알 필요는 없다. 그래도 자동차 회사 사장이라면 직접 정비는 못한다 해도 어떤 엔진이 좋은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최씨는 자신이 팔아야 할 상품의 핵심 기술을 모르는, 얼치기였다.



 우려대로 ‘위 윌 록 유’는 흥행이 안됐다. 그래도 최씨는 계속 공연을 올렸다. 그는 돌려막기의 달인이었다. 카드에만 돌려막기가 있는 게 아니다. 공연에서도 특정 공연이 망하면, 허겁지겁 다른 공연을 올려, 거기서 받은 투자금으로 이전 빚을 갚는 돌려막기가 적지 않다. 최씨는 지난해 초엔 뮤지컬 ‘미션’을 올렸고, 무리한 사업 진행은 사상 최초의 ‘공연 리콜 사태’까지 빚고 말았다.



 편법을 써가며 법망을 피해가던 최씨가 마침내 법의 철퇴를 맞았다. 서울 남부지법은 6일 최씨에 대해 사기, 횡령,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 등이 남았지만 5년형은 꽤 무거운 형량임에 틀림없다. 법원은 같은 날 창작뮤지컬 ‘광화문 연가’ 제작자 임모씨에 대해서도 횡령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세종문화회관 최모 공연기획본부장에 대해선 4000여 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조사 받고, 법정 드나드는 걸 누가 반기랴. 하지만 모든 일엔 어두움만이 있지는 않은 법. 쇼비즈니스의 특성상 이 바닥에서 돈 떼먹고, 배째라 나오고, ‘잠수’타는 건 여전하다. 공연이 망하면 특히 그렇다. 힘없는 앙상블 배우나 무대 스태프 등이 주 대상이다. 감옥행 소식에 뜨끔할 제작자, 적지 않다.



 근본적으론 “아무나 공연을 올리는 게 아니다”란 인식이 공고해진다면, 다행이다. 대한민국 뮤지컬 시장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도한 탓에 “잘 나가는 외국 뮤지컬, 수입만 하면 되는 거 아냐”란 한탕주의가 만연했다. 하지만 원천 기술을 수입한다 해도 이것을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요, 노하우다. 대박 신화만 좇다 어설프게 발을 들였다간 쪽박은 물론, 쇠고랑까지 찰 수 있다는 걸 최씨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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