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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선 우리 의술 생약·침 쓰는데 한국은 뭡니까

중앙일보 2012.01.13 00:00 종합 28면 지면보기
“미슬토(겨우살이)라는 식물 추출물을 암 환자에게 투여하면 암을 이길 수 있도록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미슬토는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인 자연살해(NK)세포의 활성을 높일뿐 아니라 항암제의 부작용 중 하나인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의 감소를 개선시킵니다. 통증 완화에도 도움을 줘요.”


고려대 안암병원 이성재 통합의학센터장

 고려대 안암병원 이성재(59·사진) 통합의학센터장은 암·갱년기 장애·미병(未病, 본인은 아프다고 호소하지만 막상 검사하면 정상으로 나오는 병)·통증 등을 생약·이완요법 등 통합의학 방식으로 치료하는 의사다.



 이 센터장은 원래 통합의학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의사 면허를 땄다. 독일 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밟았다. 당시 그는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수술하면서 생약·허브·침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저런 의술은 우리 것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을 선천성 심장병에서 생약 등을 다루는 통합의학으로 바꾼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40대 후반이던 1997년 귀국한 뒤 이듬해 한국 의사시험과 전문의시험을 다시 치러 합격했다. “독일 의사인데 굳이 한국 면허에 연연하느냐?”는 주변의 시선도 있었지만 환자 치료를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2004년 대한보완통합의학회를 창립했다. 현재는 이 학회 이사장과 대한통합의학교육협회 회장을 맡는 등 우리나라에서 통합의학의 산파역을 담당했다.



 『자연의학』 『동종요법』 『의과대학생을 위한 한의학』 등 관련 서적도 4권이나 출간했다. 그에게 통합의학에 대해 물었다.



 - 기존의 의학과 통합의학이 어떻게 다른가.



 “현대의학은 (주로 화학적으로 만든) 약에 주로 의존한다. 반면 통합의학은 생약·건강기능식품과 이완요법 등 행동요법·운동·영양 등을 치료 도구로 쓴다. 의사 외에 한의사·심리치료사·영양전문가·운동처방사 등이 함께 치료에 참여한다. 환자의 삶의 질에 관심을 갖는 것도 통합의학의 특징이다.



 - 선진국에서 통합의학의 인기는.



 “독일은 1970년대부터, 미국에선 90년대 중반부터 병원에 통합의학센터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하버드대·존스홉킨스 의대·MD앤더슨·스탠퍼드 의대·듀크대병원 등 명문 의대에 통합의학센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국내엔 2곳 뿐(고려대 안암병원·부산대병원)이다.”



 - 암 환자에겐 미슬토 외에 어떤 통합치료를 하는가.



 “암 환자의 불안·우울·통증·불면 등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심신이완요법을 실시한다.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MBSR 요법이 효과가 있다.”



 -암 환자 외 다른 환자에게도 통합의학 요법을 쓰나.



 “갱년기 환자에겐 서양국화꽃 추출 성분(생약)을 처방한다.”



 -분명히 아픈 데 검사하면 ‘꽝’인 미병은 어떻게 다루나.



 “식품알레르기 검사와 유기산 검사를 한다. 이들이 미병의 원인일 수 있어서다.”



 그는 신규 환자 1명을 보는데 보통 20∼30분을 할애한다. 하루에 많이 봐야 20명이다. 통합의학은 병원 수입보다 환자 중심의 의학이란 것이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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