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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란은 우리의 적 아니다

중앙일보 2012.01.13 00:00 종합 29면 지면보기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새해 벽두부터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 의혹이 농후해지면서 미국은 석유 금수 조치로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세계 원유의 3분의 1이 지나는 이 해협에 대한 봉쇄 위협만으로도 유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원유 가격은 단기간에 배럴당 200달러 이상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위태위태한 세계경제에 이란 사태라는 또 다른 악재가 등장해 올해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란 핵 문제의 해결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란은 국제법이 허용하고 있는 평화적 우라늄 농축이 자국의 주권적 권리라며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서방은 막대한 석유자원을 가진 이란이 원자력 발전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군사적 목적의 핵 개발일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불량국가’인 이란의 핵 개발이 세계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이 서방의 논리다.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은 이란과 협상을 벌여 왔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06년 12월부터 이미 네 차례나 수위를 높여 가며 대이란 경제제재 결의안을 내놓았지만 별반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란산 석유 수입금지 조치를 포함한 미국 주도의 이란 경제제재에 유럽연합(EU)·일본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이 이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이 역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어부지리’로 EU·일본 등이 철수해 공백이 될 이란 시장을 독식하려 하고 있다.



 결국 이란 사태는 장기화할 것이다. 미국 또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단기간에 종료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란은 이라크와 다르다. 미국 등 다국적군이 쉽게 공격해 점령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 군사 작전이 용이하지 않은 산악 국가인 데다 군사력도 현재 중동 내 최고 수준이다. 인구도 8000만 명이 넘는다. 게다가 대이란 군사 조치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얻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란 사태에 대해 우리가 중장기적 대응 전략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우리의 전체 원유 수입량에서 이란 석유가 9.6%를 차지한다는 수치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란은 우리의 대중동 최대 교역국가다. 중동의 교역국가 두바이로 향하는 한국 수출품의 상당량은 최종적으로는 이란으로 향한다. 여기에 이란은 새로운 자원 보고로 평가받고 있는 카스피해 남부와 접한 국가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안에 대해 예외 대상국가가 되도록 모든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주체도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다’는 조항이 우리에게는 적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6개월 유예기간 동안에 미 행정부를 설득해 이란 석유 수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본·터키·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등과도 공조해 대응할 필요도 있다.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이란이 우리의 ‘적’이 되지 않도록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민간외교 강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 간 교류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민간 부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제정치의 역학 때문에 비록 겉으로는 불편한 관계가 되더라도 속으로는 끈끈한 상호이해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 이란 사태에 잘 대응하기 위해선 민간, 특히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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