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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럼즈펠드의 부활

중앙일보 2012.01.13 00:00 종합 29면 지면보기
오영환
국제부장
9년 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결정은 금세기 최고의 실책일지 모른다. 1조 달러의 전비가 미국의 곳간을 비우는 데 한몫했다. 펜타곤은 향후 10년간 4870억 달러의 국방비를 삭감해야 한다. 의회는 추가로 5000억 달러 삭감안을 논의 중이다. 합치면 1조 달러에 육박한다.



 부시의 개전(開戰) 명분이던 이라크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아랍의 봄’에서 보듯 중동의 민주화는 강제이식이 아니라 밑으로부터 움트고 있다. 부시의 종교적 신념과 네오콘의 집단사고는 미래를 읽는 눈을 가렸다. 역사와 자유의 진보, 세계화와 정보혁명의 힘을 믿었다면 부시의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그치지 않았을까.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동시에 수행된 ‘2개의 전쟁’은 21세기 미국의 정점이자 쇠락의 출발점이다.



 중동만 국한해 보자. 네오콘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라크의 후세인 체제(이슬람 수니파) 전복은 새 강국을 탄생시켰다. 시아파 이란이다. 중동의 맹주를 넘보면서 핵무기 보유 쪽으로 성큼 다가섰다. 시아파 주도로 바뀐 이라크는 이란의 2중대가 되고 있다. 이란·이라크 사이의 견제와 균형은 미국이 구사해온 중동 전략의 축이다. 1983년 이란-이라크전 당시 레이건 대통령 특사로 후세인을 만나 상호 협력을 타진한 인물은 다름 아닌 이라크전의 주역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이라크에서 부대를 완전히 철수시켰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2014년 모두 귀국한다. 오바마는 부시의 2개 전쟁을 사실상 끝냈다. 그러면서 지난주 2개 지역 동시 전쟁 전략을 포기했다. 새 국방전략을 통해서다. 보고서는 ‘하나의 지역에서 대규모 작전에 있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침략자의 의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년 전 ‘4년 주기 국방태세검토보고서(QDR)와 비교해 보자. ‘2개 지역 침략자의 억지와 패퇴’ 표현이 사라졌다. 오바마는 대신 ‘날렵·유연·첨단·네트워크’ 군을 강조했다. 2개의 대규모 지상전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아니 못하는 것이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의 마지막 연설은 솔직한 고백이다. “앞으로 대통령에게 지상군을 아시아나 중동으로 보내야 한다고 조언하는 국방장관의 두뇌는 검증받아야 한다.” 미국의 새 전략은 뒤집어보면 G2(미·중)시대 선언이다.



 이 와중에 ‘럼즈펠드 독트린’이 재조명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럼즈펠드는 군을 중후장대(重厚長大)형에서 경박단소(輕薄短小)형으로 개조했다. 전투병과 부대, 항모·전투기·드론의 무기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었다(네트워크 중심전). 해외 기지는 요새(要塞)에서 기동군의 정거장이 됐다. 벌떼 공격식 포진이다. 아프간과 이라크는 럼즈펠드의 현대판 전격전의 거대 실험장이었다. 두 정권은 초기에 와해됐다. 그러나 럼즈펠드의 전쟁은 성공하지 못했다. 탈레반은 괴물로 돌아왔다. 이라크는 극심한 치안 불안을 겪었다. 럼즈펠드는 점령 후 안정화 작전에 필요한 지상군의 역할을 과소평가했다. 중도하차한 이유다. 오바마의 새 전략은 럼즈펠드 독트린의 파괴력과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미군은 여전히 최강이지만, 두 지역을 점령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 국방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국방부담 증대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미동맹은 지금 ‘적자 동맹’이다. 주한미군 은 유지되겠지만 태평양사령부→주한미군·주일미군의 지휘체계가 슬림화될 수도 있다. 미 의회는 펜타곤에 장성 숫자 감축도 요구한다. 10년 전 럼즈펠드의 군사 변환 작업 당시 우리 내부에 일었던 ‘안보 파동’은 피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새 전략이 중국의 부상, 김정은 체제의 출범이라는 불확실성과 어떻게 맞물려 갈지다. 분단 고착화를 막으면서 북한을 뉴프런티어로 만들어가는 대전략을 다시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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