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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담배를 아예 유해물질로 관리하자

중앙일보 2012.01.13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담배와 흡연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11일 시민 9명이 “국가가 담배의 제조·수입·판매를 허용한 담배사업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박재갑 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흡연자로 폐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환자 2명, 그리고 간접흡연의 폐해를 우려한 임신부·청소년 등 청구인들은 유해성이 입증됐음에도 담배사업을 허용해 한국에서 매년 5만여 명이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일 보건복지부는 담배제조사가 담배에 들어간 발암·중독 물질 등 유해성분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될 경우 당장 흡연 피해 소송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담배의 실상을 낱낱이 알게 된 흡연자들이 금연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민간과 보건당국이 나란히 담배산업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흡연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 흡연을 개인의 기호로만 판단해 방치하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 크다는 인식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흡연율을 낮추는 것은 암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가장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으로 통한다. 그럼에도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남성 흡연율은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8.4%보다 높다. 정부 차원에서 매년 흡연율 하락 목표치를 정해 흡연율을 꾸준히 낮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금연을 국가 주요 과제로 선언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보건당국뿐 아니라 기획재정부·교육과학기술부·국방부·행정안전부 등 다양한 부서가 함께 나서서 범정부적인 금연정책을 추진해야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담배의 위해성(危害性)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이다. 정부는 담뱃갑에 흡연 피해를 알리는 강력한 경고 문구와 사진을 붙이도록 의무화하는 일부터 신속히 시행함으로써 정책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부드러운’ ‘순한’ 등 흡연 피해가 적은 것으로 소비자를 오도하는 문구를 담배 포장에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금연 지원 정책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금연 보조용 니코틴 패치나 껌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어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것은 물론 비흡연자에게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혜택을 주어 금연을 유도해야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일부 보험회사는 비흡연자들에게 생명보험료·건강보험료는 물론 심지어 자동차 보험까지 할인해주며 금연을 유도하고 있다고 하니 참조할 만하다. 지자체들은 금연학교를 전국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아동·청소년들이 담배 연기에 노출될 기회를 줄이도록 각급 학교를 금연구역으로 선포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일부 금연운동가의 주장대로 담배를 아예 유해물질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는 방안도 있다. 흡연자들에겐 가혹한 정책이겠지만 국민건강을 생각하면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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