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분식회계, 지방 재정위기 부른다

중앙일보 2012.01.13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회계는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이다. 당연히 분식회계는 중대 범죄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분식회계를 엄벌하는 이유다. 분식으로 파산한 엔론 회장은 징역 24년형, 월드컴 최고경영자(CEO)는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도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분식회계를 점차 엄벌하는 추세다. 얼마 전 2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그룹은 오너 회장이 고발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180도 다르다. 분식회계가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아직도 깨우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분식회계 중이고, 이를 적발한 감사원도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지방재정 건전성 진단·점검’에 따르면 인천시·화성시·천안시 등이 분식회계를 했다. 규모도 엄청나다. 인천시는 9300억원, 화성시 1500억원, 천안시 1100억원 등이다. 성남시·안양시·광명시 등은 용도가 다른 자금을 전용(轉用)했다. 성남시는 5000억원이 넘는 특별회계자금을 일반회계로 전용했다.



 지자체 단체장이 분식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공약을 남발했기에 당선 후 이행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들어오는 돈은 뻔하기에 예·결산서를 조작하고, 앞으로 들어올 돈을 미리 당겨쓰기 쉽다. 2009년 지방채 발행한도를 늘려주자 직전 19조원이었던 지방채무가 2010년 29조원으로 폭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파산하는 지자체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재정위기 직전까지 간 지자체도 있다. 위기의 악화를 이쯤에서 막으려면 우선 분식회계부터 근절돼야 한다. 그래야 지방재정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감사원의 처벌 수위부터 현실화돼야 한다. 기업은 2000억원대의 분식을 했는데도 그룹 회장이 징역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1조원에 육박하는 분식회계를 한 지자체는 단체장은커녕 담당 공무원만, 그것도 검찰 고발이나 징계는 고사하고 주의만 받았다. 국민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벌칙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기업처럼 공인회계사의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길 당부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