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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이 만드는 청정 말레길

중앙일보 2012.01.13 00:00 종합 18면 지면보기
장흥 우드랜드를 찾은 탐방객들이 지난해 말 개통한 ‘말레길’을 걷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12일 오후 전남 장흥군 장흥읍 우드랜드. 억불산 자락 1㎢에 걸쳐 40~50년 자란 편백나무가 군락을 이룬 산림휴양 관광지다. 이 곳엔 황토집과 편백소금집, 옷을 벗고 풍욕(風浴)을 즐길 수 있는 ‘비비에코토피아’ 등이 있다.


관광객 수 조절로 훼손 줄고
수입으로 관리비·인건비 충당
순천만·담양 메타세쿼이아길 등
관광지서 입장료 받는 곳 늘어

 지난해 말엔 우드랜드에서 억불산 정상까지 등반할 수 있는 ‘말레길’을 개통했다. 노약자·장애인 등 남녀노소 누구나 편백 숲 피톤치드를 마시며 삼림욕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계단없는 갑판길이다. 장흥군은 말레길 개통에 맞춰 1일부터 입장료를 받고 있다. 관광객과 등산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9년 15만명이었던 관광객 수는 2010년 30만명, 지난해 60만2000명으로 늘었다.



 생태계 훼손도 그만큼 커졌다. 돈을 일부 받아서라도 탐방객 수를 줄이고, 환경 보존을 위해 재투자 하는게 낫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장흥군민과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우드랜드 생태건축체험장 이용객 등은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방요한 장흥군 우드랜드관리담당은 “한 해 관리비만 4억∼5억원이 든다”며 “지난 1일에만 160만원이 넘게 들어왔는데, 연간 수입은 5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흥 우드랜드처럼 돈을 내야 구경할 수 관광지가 늘고 있다. 경관이 뛰어나고 생태 가치가 높아 관광객이 몰리는 길·숲·섬 등이 대상이다. 순천만도 몰려든 관광객 탓에 습지 등 이 망가지고 철새를 비롯한 동식물의 생태가 간섭받는 등 후유증을 앓았다. 2005년 120만여 명이던 탐방객 수는 2010년 298만명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순천시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입장료를 받았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탐방객 수가 2000만명으로 준 것이다. 입장료 수익은 총 10억1000만원. 이 돈은 생태공원 운영비와 해설사·기간제 근로자 인건비 등으로 사용됐다.



 전남 담양군은 15일부터 국도 24호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황태호 담양군 관광레저과장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넘쳐나고 나무 뿌리가 드러나는 등 훼손이 심하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도 지난해 5월부터 염전·해송·갯벌이 유명한 증도에서 입장료 2000원씩을 받고 있다. 군은 증도대교 개통으로 관광객이 80만명에 육박하자, 섬 청소를 위해 징수에 나섰다. 군은 관광객이 섬을 나갈 때 쓰레기를 가져오면 1000원을 환불해 준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손청원(38·전남 광양시)씨는 “환경 보전이란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지자체의 수익증대 사업으로 바뀌지 않을 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지호·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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