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중 FTA, 민감한 농산물 빼고 ‘포괄적’으로 갈 듯

중앙일보 2012.01.13 00:00 경제 2면 지면보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은 2004년 한·중 통상장관 회담에서였다. 중국이 먼저 원했고 한국도 맞장구를 쳤다. 민간 공동연구부터 하기로 합의했다. 이듬해부터 2년간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중국의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이 민간 공동연구를 했다. 그 이후 2007년부터 2년간은 산·관·학 공동연구를 했다. 5차에 걸친 산·관·학 공동연구를 마치고 2년이 지난 2010년에야 양국은 공동연구를 끝냈다. 그후 양국은 민감한 분야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사전협의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번 주 초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속도 내는 한·중 FTA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양국의 FTA 논의가 실제 협상 개시로 이어지기까지 7년 넘게 걸린 셈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해 당국자들이 이명박 대통령, 김황식 국무총리 등 국내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FTA의 적극적 추진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농산물 등 민감 분야를 감안해야 하는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중국에서는 냉장·냉동상태의 농수산물이 아닌 신선식품이 수입될 수 있어서다.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쯤이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중 FTA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한·중 FTA에 부정적이었던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진전된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수출입 의존도가 87%이기 때문에 FTA를 추진해야 한다”며 “한·중 FTA도 추진하는 게 트렌드”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왜 달라졌을까. 정부 내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 지도부가 바뀌기 전에 한국과의 FTA 협상을 시작하기를 강력하게 원했고, 한국도 북한 등 정무적인 문제를 감안했을 때 협상 개시를 더 이상 미루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하지만 한·미 FTA 비준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찬반 논쟁이 거칠어지면서 여론이 나빠졌다. 결국 협상 개시 선언이 올해로 연기됐다.



이에 대해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유럽연합(EU)·미국과의 FTA가 마무리되면 중국·일본과 FTA를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중 FTA 민간 공동연구에 참여했던 한 박사는 “양국의 비교우위가 3년 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민간 연구를 할 당시만 해도 한국은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양국의 제조업 격차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그는 “이런 점 때문에 학계에서도 ‘어차피 할 거면 빨리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한·중 FTA 체결에 따른 농업 피해가 한·미 FTA의 서너 배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한·중 FTA는 EU나 미국과의 FTA에 비해 민감 분야 때문에 개방도가 떨어지는 FTA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