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높다고? 차라리 회사채 사라

중앙일보 2012.01.13 00:00 경제 8면 지면보기
스티븐 메이저 HSBC 글로벌 채권리서치 대표가 12일 서울 봉래동 HSBC은행 본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세계 채권시장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높게 느껴지나. 노(No)! 위험대비수익률은 투자등급 회사채는 물론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채권만도 못하다.” 스티븐 메이저 HSBC 글로벌 채권리서치 대표의 말이다. 그는 12일 서울 봉래동 HSBC은행 본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HSBC 글로벌 채권리서치 스티븐 메이저 대표

유럽 재정위기로 이탈리아 등 ‘문제아’ 국가의 국채 금리가 치솟았지만, 이보다는 “회사채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영국처럼 유럽 위기에서 그나마 한발 떨어져 있는 선진국의 국채도 “장기물 투자를 줄이고, 5년물을 만기까지 들고 가는 게 낫다”고 권했다.



 그의 채권 시장 전망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유럽의 사정이 좋아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뜻도 된다. 그는 “(유럽의)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진 다음 차츰 나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1일 종가 기준으로 연 6.985%다. 연 3~4%대인 한국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여기엔 ‘변동성의 함정’이 숨어있다는 게 메이저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현재 이탈리아 국채의 위험대비수익률은 주식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국채 금리와 변동성이 함께 치솟았기 때문이다.



 올해 유럽의 국채 발행 규모는 약 8500억 유로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중 30% 정도인 약 2500억 유로가 1분기에 발행된다. 문제는 수요다. 메이저 대표는 “유럽 국채 수요의 ‘자국 편향’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다는 증거다. 그는 “이탈리아 채권시장의 경우 과거엔 전체의 절반 정도를 해외 투자자가 사들였지만, 이제 이탈리아 국채를 사는 것은 자국 은행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경제 전망도 암울하다. 메이저 대표는 “유로존 경제는 올해 세계 주요 경제권 중 가장 성적이 나쁜 마이너스 1%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경제학자가 긴축정책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긴축 정도에 따라) 이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 변수도 있다. 그리스 총선, 프랑스 대선 같은 굵직한 선거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유럽 은행의 재무제표가 나쁘다는 것도 문제다. 그는 “최근 유럽 은행주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표는 “해법은 유럽 공동채권 발행”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유럽 공동채권 발행이 하룻밤 새 모든 문제를 마술처럼 풀 순 없겠지만 재정위기에 처한 나라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유럽 재정위기가 소비 감소로 이어져 올해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독일의 경우 예외적으로 소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프랑스 등의 소비 감소에 따른 타격을 어느 정도는 벌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메이저=채권리서치 분야에서만 20년 넘게 일한 베테랑 애널리스트. HSBC의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독일 뒤셀도르프, 인도 벵갈루루, 홍콩, 두바이 리서치센터를 총괄하며 자산 배분과 투자 전략을 책임지고 있다. 2001년 채권전략팀 유럽 대표로 HSBC에 합류해 2008년 채권리서치 글로벌 대표가 됐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