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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무역 2조 달러 시대’ 주춧돌은 나노

중앙일보 2012.01.13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종합기술원장
몇 달 전 태국의 홍수사태로 최근 PC를 제조·조립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태국은 세계 2위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생산거점이다. 태국의 공장들이 침수 피해를 보자 HDD 가격이 한때 세 배까지 뛰고 물량조차 구할 수 없어 PC를 제대로 만들 수 없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현재 HDD는 동남아 국가에서 주로 생산된다. 하지만 한때는 우리가 제조의 중심이었던 적도 있어 감회가 새롭다. 이 HDD가 사실은 대표적인 나노기술의 산물이다. 수십 나노 영역에 저장된 자기기록을 정확하게 읽어 오는 기술이 HDD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나노기술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밀접하게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노기술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에 의해 처음 제시됐다. 1959년 미국 물리학회에서 ‘밑바닥에는 아직도 풍부한 공간이 있다’는 제목으로 진행한 강연을 통해 나노의 세계를 처음으로 소개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의 일이다. 1나노미터(nm)는 10억 분의 1m를 말한다.



 지금은 나노기술을 언급하면 대부분 반도체를 떠올린다. 반도체는 최첨단 나노기술이 모두 적용되는 제품으로 반도체산업에서 나노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노기술은 정보기술(IT)뿐 아니라 바이오·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응용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한 양자점(Quantum Dot)을 이용한 나노기술이 태양전지에 적용되면 태양광의 모든 파장을 흡수해 이론적으로 기존보다 효율이 두 배 이상인 60%가 넘는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DNA의 구조 제어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금속 나노입자를 만들어 인체 내의 특정 부위에 특정 약물을 주입하거나 열을 가해 불량 세포를 치료하는 등의 활용법을 연구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항상 주류 기술의 패권국이 세계의 리더가 돼 왔음을 알 수 있다. 50년대까지는 유럽의 기계산업이 세계를 주도했고 2000년까지는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IT 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의 리더 자리를 꿰찼다. 예상컨대 21세기는 나노 기반의 융합기술이 기술혁신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직 나노기술은 절대 강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후발 주자도 잘 준비한다면 무한한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나노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먼저 국가 차원에서 명확한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나노기술의 산업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과 학계는 산학연을 통해 전 세계에서 연구 중인 다양한 나노기술을 응용해 기술로드맵을 작성하고 유망 기술을 발굴하는 구체적인 기술 확보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적극적인 산학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와 반도체산업협회에서 40여 대학, 6개 기업 및 공공연구소가 함께 참여하는 산학연 프로그램에 연간 200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에 뒤진 반도체산업의 영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우리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시기를 놓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나노 분야는 이미 세계 4위 수준이다. 국가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무역 2조 달러로 나아가기 위해 기반기술인 나노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종합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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