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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전략적 협력동반자와의 결속

중앙일보 2012.01.12 14:53
한국과 중국은 같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여 한자에 대한 이해가 비슷하다. 우리가 쓰는 한자 어휘는 중국에서 직수입한 것이기에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자가 수입되어 오랫동안 서로 다르게 써다 보니 그 용법이 조금씩 다르다. 특히 근대 서양학문을 도입한 일본이 서양의 많은 개념을 한자어로 번역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신조 어휘가 많다.



19세기 말 청일전쟁이후 중국과 싸워 승리한 문명개화의 나라 일본을 배우자는 열의로 당시 조선의 지식인뿐만이 아니라 수 많은 중국의 지식인들이 일본으로 몰려갔다. 그들은 일본을 통해 서양의 신학문을 접하면서 새로운 일본식 용어를 익혀 귀국 신학문을 전파하였다. 말하자면 일본인이 만든 신조 어휘의 자국 보급에 앞장 선 셈이다. 그 결과 지금 한국과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많은 분야의 전문용어등 어휘의 상당부분이 일본과 같다. 따라서 기본 한자 실력만 있으면 일본어나 중국어를 별도로 공부하지 않아도 두 나라의 신문 헤드라인 정도는 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일부 어휘에서는 그 의미나 용법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결속(結束)이라는 어휘를 보면 한글사전에서는 “한덩이가 되게 묶음”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속을 강화한다고 하면 굳센 단결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에도 같은 의미로 쓰일 거라고 생각하면 낭패를 볼 수가 있다. 왜냐면 중국에서는 결속이란 서로의 관계를 끝(結)내는 것으로 우리와 정반대의 의미로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속이란 말은 중국인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입에 올려서는 안되는 말이다.



금년이 한중 수교 20년이 되는 해이다. 이렇게 꺾어지는 해는 지난 20년간 중국과의 관계를 되돌아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20년 중 첫 15년간은 “우호 협력 동반자관계”(1992-2007)가 중심이 되어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가 되면서 안보분야에서 서로의 기대치가 다르게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중국과의 격상된 전략적 협력 관계에 큰 기대를 걸고 환영하였다. 그러나 천함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으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자세를 보고 많은 한국사람들이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두 나라의 입장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전략적 협력 관계라고 하면 얼핏 모든 것을 서로 협의 다 해결할 수 있는 상위개념으로 보지만 중국의 해석은 다르게 보였다. 중국에서 보는 전략적 협력 관계는 글로발 관계를 포함하는 좀 더 장기적이며 시간을 가지고 신중한 접근의 함의를 갖는 것 같았다. 이는 중국의 대 북한 태도에서 보여주듯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기적인 응징이 아니라 장기적인 입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전략적”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이라는 말의 미묘한 해석의 차이를 느끼면서 “공작(工作)”이라는 어휘가 생각난다. 우리는 흔히 스파이라든지 특수한 목적의 활동을 ”공작“이라고 심각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의 ”공작“은 단지 일상적인 '일'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이 끝났다. 한중 정상들은 많은 말을 쏟아 내었다. 이러한 말들을 우리 식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중국인의 뜻으로 새겨 들어야 할 말이 있는지 살펴 보아야 할 것같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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