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총선과 대선, 도 넘은 학교폭력, 북한 인권, 원전(原電) 불안 … 바빠질 시민사회계, 화두는 “선거” 그리고 “소통”

중앙일보 2012.01.12 08:54 Week& 4면 지면보기
2012년은 국내는 물론 한반도와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된 해다. 나라 안에서는 20년만에 총선(4월)과 대통령선거(12월)가 함께 치러지는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미 격변이 시작됐다. 양극화 심화에 따른 성장·분배·상생·고용 문제와 노령화 및 복지 문제 등 해를 넘겨 계속돼온 사회·경제적 현안은 가시적인 해법의 단초를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 학교폭력으로 인한 중고생의 잇따른 자살로 야기된 교육 문제, 한미 FTA 발효에 따른 경제적 그늘 해소 문제, 4대강에서 원전 건설로 이어진 환경문제 등도 새로이 불거져 있다. 고개를 들면 북한의 새 지도체제 출범으로 인한 한반도 정세가 미국·중국 등 강대국들의 권력 이동과 맞물려 당장의 첨예한 관심사다.


격변의 새해 맞은 국내 시민사회단체들

이러한 안팎의 이슈들은 우리의 시민사회계에도 상당한 역할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사회계는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 이후 정권에 따라 질곡은 겪었지만 20여년 간 양적·질적으로 성장해 우리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격변의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선거를 앞둔 시민사회계의 움직임과 올 한 해 관심을 집중할 분야별 현안들을 살펴보고, 관련된 주요 NGO 관계자들의 생각과 학계전문가의 얘기를 모았다.





선거 직접참여냐 감시역이냐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은 올해 시민사회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변호사의 당선은 시민사회계의 현실정치 참여가 본격화할 것을 예고했다. 시민사회계는 1992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 이후 매 정권마다 중요한 ‘인력풀(pool)’로 정치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전문성(정책 비판 및 대안 제시능력)과 도덕성·참신성 등에서 기성 정치인의 부족함을 채울 대안인물로 여겨진 인사들이 스카우트됐다. 현재 민주통합당 지도부경선에 나서 있는 한명숙·이학영 후보, 제17대 국회의 고진화(한나라당)·이경숙(민주통합당)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중앙정치뿐 아니라 지방선거에도 지역 시민운동가들의 참여가 적지 않았다.



특히 4월 총선은 여야 모두 대폭 물갈이를 예고한 만큼 시민운동계의 정치권 두드리기는 더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야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거나 자천 차원의 물밑작업에 들어간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직접 정계 진출 대신 후보자들을 검증해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공명선거 여부를 감시하려는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2000년 총선 때의 낙천·낙선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적격자들의 정계 진출은 막겠다는 것이다. 선거의제를 발굴하고 정책을 제안하며, 정당과 후보의 공약을 검증하는 일이다. 유원옥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상임대표는 “시민운동 출신이 정치로 들어가 기성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시민사회 운동은 정치처럼 어떤 보상을 추구하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참여자와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은 분리해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중 대선 정책제언집 『차기 정부에 바란다』를 발간할 예정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선거 직전 급하게 나오는 공약은 공허하게 끝나기 쉬우므로 캠프 차원에서부터 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일찌감치 정책 제언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는 전국 45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단체연대회의가 선거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을 위한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북한에 대한 상반된 입장



김정은 체제 공고화, 3월 러시아 대선, 10월 중국 지도부 교체, 11월 미국 대선 등으로 북한 내부의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면서 “대북지원 재개” “북한주민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두 목소리가 충돌할 전망이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남북관계 경색은 국민불안을 야기해 남남갈등의 원인이 된다”며 “올해는 지난 4년 동안 얼어붙은 대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민간차원의 시민단체 활동이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 한국YWCA연합회는 올해 화두로 ‘나눔과 평화’를 강조하며 북한어린이를 돕기 위해 분유 보내기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대북인권단체 좋은벗들은 “북한 새 지도부가 국상을 치르느라 주민들 챙기기에 소홀하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안전한 식수와 난방,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북한 종교탄압문제에 집중하겠다면서 “종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 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갇히고 있는 실태를 조사해 로마교황청과 세계교회협의회에 알리고, 국제사법기관에 고발하는 방법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부의 분배의 공평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을 때까지 세금을 사용하는 정부차원의 대북지원에는 적극적으로 반대할 예정이다.



김석향 이화여대(북한학) 교수는 “대북 관련 시민단체는 생각이 다른 상대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대북지원 단체라도 천안함·연평도 사태 앞에선 북한의 잘못을 지적해야 하고, 인권단체도 지원단체에 대한 일방적 비판은 삼가야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얻을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근본 치유에 초점



교육분야의 최대 이슈는 자살 중학생의 절절한 유서로 실체가 드러난 학교폭력의 근절이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지난달 29일 “학교폭력, 더 이상 땜질 처방 안 된다”는 논평을 내 “처벌위주의 ‘사후 약방문’ 보다는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근본을 다시 세우는 ‘사전 예방’프로그램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민주시민의식을 배우는 인권교육이 들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아이들에게는 바른말쓰기교육과 공동체배려교육을, 학부모에게는 바람직한 가정의 역할을 깨우치는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올해 계획을 밝혔다.



지난 4일에는 서울 종로 흥사단에서 행복세상을여는교육연대·교육희망네트워크 등 주최로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본 자화상’이란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참석한 교육시민단체들은 학교 내 폭력문화 현황과 원인, 경쟁중심 교육의 폐해에 대해 지적했다. 지난 10일 열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신년하례식에서도 학부모단체와 교육시민단체들이 참가해 ‘학생 생명 및 학교 살리기 범국민운동’을 선포하고 학교폭력 근절의지를 다졌다.



문제는 이들 단체들이 대안으로 내세운 인성교육이 철저한 입시위주의 학교교육현장에 먹혀들 것인가다. 학교폭력의 원인이나 대응법과 관련해 생활지도 영역과 학생인권조례를 두고는 단체마다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원전 건설 저지, 친환경 캠페인



환경분야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기, 3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맞아 ‘탈핵’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경북 영덕과 강원도 삼척이 새 원전 건설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직후부터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정의 등 환경단체들이 본격적인 반대활동에 나서 있다. 원전사고와 서울시 노원구 도로 방사능 검출 이후 방사능 피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환경운동연합이 개설한 ‘생활방사능 오염신고 센터’는 벽지·음이온매트·팔찌 등 생활 속 방사능 물질에 대한 제보를 받고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연초 국회의 예산 삭감으로 축소된 데 대해선 자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전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국가안보적 시각이 필요한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식시키는 일이 여전히 과제다.



탄소배출 감축, 에너지·자원 절약,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서는 국가적 정책 제안과 함께 일반인들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지난해 구제역 파동의 사후관리와 매몰지 모니터링, 4대강 사업 평가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올해는 4대강 사업 마무리가 예정된 만큼 집중 평가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은 행복동행 기자





“경제력 편중 해소, 세제 개편에 집중”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민은 부(富)의 편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격차와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 중장년층의 이중고(자녀교육·노후대비), 비정규직 차별 문제 등으로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선망이 높다. 올해는 이런 문제 해결의 주체들을 국민들이 선출하는 중요한 시기다. 시민단체들은 유권자의 판단을 도와야 하고,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는 공약을 발굴해 제시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감시해야 한다. 경실련은 우리 사회가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를 이룰 수 있도록 대기업 경제력 집중문제, 대·중소기업 상생, 공평과세와 소득재분배를 위한 세제개편에 힘쓸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대적 의제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 집중 활동할 것이다.





“학교폭력 적극 대응위한 변화 주도”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




최근 큰 문제가 된 학교폭력과 관련해 다양화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학교폭력에 대한 적극 대응법이 논의 될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해 각 학교의 특성과 사정에 맞게 대응할 수 있도록 단위 학교의 자율권 보장 확대 요구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윤리와 인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바른말고운말 쓰기, 사이버예절 교육 등을 강화할 것이다. 특히 학부모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가정에서 풀어 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 학생인권조례와 무상급식 실시 등으로 학교교육의 대상과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선거에서 정당과 후보의 교육관련 공약과 정책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검증과 해석을 제공하겠다.





“대북지원-북한인권 남남갈등 풀어야”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김정은 체제, 강성대국 원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4월 김일성 100주년 등으로 한반도 긴장고조가 예상된다. 지금처럼 꽉 막힌 남북관계는 국민 불안감을 높이고 여론 분열의 원인이 된다. 그동안 대북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못하고 끌려 다니며 아무런 성과를 이루지 못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은 향후 방향에 대한 고민으로 나타난다. 능동적으로 6자회담을 이끌고 남북관계를 개선할 구체적 혜안이 필요하다. 정치적 문제 때문에 야기되는 남남갈등도 대화 확대로 풀어야 한다. 대북지원을 우선시하는 쪽과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을 우선시하는 쪽의 간극을 좁히는 시도가 필요하다. 대북지원 활성화, 북한주민 인권 개선, 두 가지 모두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만큼 새로운 인식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핵심과제는 진정한 여성평등과 복지”



차경애 한국YWCA연합회 회장




우리 사회에 평화와 나눔의 물결이 넘치는 해가 되기 위해 시민사회계의 주도적인 활동과 역할이 필요하다. 올해 여성운동계는 진정한 양성평등과 복지문제를 주요 이슈로 내놓을 것이다. 우리 여성운동이 외향적으로 많이 성장했지만 진정한 양성평등 사회에 이르는 길은 아직도 멀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돌봄 노동자(간병·식당·가사노동자 등)들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성인지예산(예산의 편성·집행과정에서 남녀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차별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함), 성별 영향평가 등 성인지 정책의 지역사회 내 구체적 실현이 여성운동계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고, YWCA도 이 일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





“정치적 독립 … 의정활동 평가해 공개”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총장




올해 가장 큰 이슈는 ‘표현의 자유’다. 투표참여 독려 연예인 수사, SNS선거운동에 대한 헌재의 한정위헌 판결 등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선거 때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픈 시민들의 욕구가 이러한 규제들과 충돌해 사회적 논란이 커질 것이다. 참여연대는 12일 유권자자유네트워크를 발족해 참정권 확대를 위한 운동을 펼치고, 선거법 개정을 위한 유권자로비단을 발족한다. 선거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 위치를 유지하며, 정책캠페인 중심의 유권자 운동과 정치개혁 운동을 병행하겠다. 선거는 지난 4년간의 정부정책과, 국회의원들 활동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다. 유권자들에게 FTA·4대강·등록금·복지정책 등 현안에 대한 평가도 제공하겠다.





“각 정당·후보 환경공약 철저 검증”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올해는 지난 4년간 국민들의 목소리와 인권이 어떻게 무시당하고 있었는지를 시민사회가 국민과 함께 표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거를 통해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따져보고 심판하는 것이다. 특히 4대강 공사에 대한 평가와 비판, 탈(脫)토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월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기를 맞아 원전안전과 원전건설 찬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탈핵’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구제역·광우병 등 먹을거리 문제가 더 이상 무역의 대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의 문제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녹색연합은 양대 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내놓는 환경관련 공약을 철저히 따지고 검증할 계획이다.





“공약·정책에 대한 거시적 감시 노력”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양대 선거를 맞아 시민사회계와 정치와의 관계설정이 중요해질 것이다. 동시에 시민사회 본연의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의문들도 나올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여야를 초월해 정책의 투명성을 따지고, 지역구 선심성 공약에 대한 감시에 충실해야 한다. 낙천·낙선운동 같은 일부 시민단체의 불법행동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일자리와 고용안정, 노령사회문제 극복 등에 대한 해법은 당선을 위한 인기영합식 공약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틀에서 논의 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계가 노력해야 한다. 올해는 시민 스스로 공동체와 타인을 배려하는 ‘시티즌스 오블리제’를 실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또 대선캠프들을 위한 정책제언집 『차기 정부에 바란다』를 이달 중 출간할 것이다.





“시민단체의 합법적 선거운동 감시”



유원옥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상임대표




10·26 재보선 디도스 공격 사건에 정치권과 정당이 연루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정치권 불신이 더 커졌다. 철저한 수사를 해 책임자는 정계에서 영구퇴출시키고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도록 시민단체들이 감시해야 한다. 올해는 정치권이 유권자를 이끄는 게 아니라 유권자가 정치를 계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이다. 시민운동가들의 정계 진출도, 정치권의 시민운동가 영입 움직임도 늘어날 것이다. 공선협은 정당과 정치이념을 초월한 공명선거에 앞장 설 것이다. 선거법의 과도한 제한규정 개정운동과 함께 시민단체가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벌이는지 감시한다. ‘말은 풀고 돈은 묶는’ 축제분위기의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지역 시민단체들과 지역밀착형 공명선거 운동을 벌이겠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