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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릿세 150만·통행세 8만원 … 왕 노릇한 남대문상가회

중앙일보 2012.01.12 00:00 종합 20면 지면보기
㈜남대문시장 직원(오른쪽)이 노점상에게서 ‘영업 보호비’ 명목으로 자릿세를 받고 있다(左), 상가운영회 임원(오른쪽)이 상인에게 청소관리비를 받고 있다(右).


서울 남대문시장 골목에서 30여 년 동안 채소 노점상을 운영해 온 김모(74)씨는 언젠가부터 상가 운영회 사람들을 볼 때마다 더럭 겁부터 났다. 매일 오후 1시쯤 “누구 허락 받고 장사하는지 아느냐” “돈 안 내면 장사 못 한다”며 찾아오는 정모(67)씨 때문이었다. ‘상가 운영회 상무’ 직함을 가진 정씨가 채소 더미를 툭툭 차며 겁을 주는 통에 김씨는 2005년 4월부터 ‘청소관리비’ 명목으로 매일 2600원씩 꼬박꼬박 자릿세를 내야 했다. 2006년부터는 ‘공중 화장실 사용료’도 매달 5000원씩 냈다. 매달 수입이 100만원이 채 안 되는 김씨에겐 적지 않은 돈이었다.

노점들 울린 시장 먹이사슬



 양말 노점상을 하는 박모(47)씨는 경비원 김모(43)씨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보행자 통행을 방해한다”며 위협하는 경비원에게 통행세·영업보호비 명목으로 매달 8만원을 냈다. 박씨는 “2004년 1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뜯긴 돈만 400만원”이라 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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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노점상 김모(36)씨는 전직 경비원 한모(39)씨에게 당했다. 한씨는 김씨 등 세 명의 노점상에게 “목 좋은 곳에서 장사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며 각 150만원씩 매달 45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 등 6300만원을 뜯어냈다.



 매일 한두 차례 치러야 하는 ‘군기 잡기’도 고역이었다. 경비원들은 “운영회장이 점심 먹으러 나가는데 노점이 눈이 거슬린다”며 점심 식사 때마다 노점을 빼도록 했다. 이 때문에 노점상들은 팔던 물건을 들고 골목에 들어가 30분씩 숨어 있어야 했다.



 문제를 제기하는 상인은 가만두지 않았다. 경비원들은 주주총회장에서 상가 운영회장에게 명확한 예산 집행내역 공개를 요구한 상인 김모(51)씨를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노점상들이 믿고 의지해야 할 ‘노점상 연합회’도 이들의 편이 아니었다. 노점상 연합회장 김모(54)씨는 “서울시 환경 개선 사업에 따라 정해진 규격과 디자인의 손수레로 바꿔야 한다”며 한 대에 350만~890만원 하는 신형 손수레를 강매해 12억6000만원을 챙겼다. 하루 7000원 하던 손수레 보관비도 1만원으로 올려 받았다. 속옷 노점상 김모(53)씨는 “시가로 100만~200만원 하는 손수레를 500만원 주고 샀다” 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11일 상인·노점상에게 수년 동안 자릿세 등 영업 보호비 명목으로 16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뺏은 혐의(공갈 등)로 경비원 김모(43)씨 등 4명을 구속하고, 6억8000만원을 뜯어낸 (주)남대문시장 대표 김모(73)씨 등 관계자 8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8개월 동안 설득해 166명의 피해자 진술을 받아냈다” 고 말했다.



◆(주)서울남대문시장=1만여 개 업체, 5만여 명의 상인이 일하는 남대문시장을 관리하는 주식회사다. 1964년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상가운영회에서 시작됐다. 시설을 유지·보수하고 청소하는 등 시장을 관리하는 게 주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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