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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경규·공형진 … 어렵게 고백한 ‘마음의 병’

중앙일보 2012.01.12 00:00 종합 27면 지면보기
임주리
문화부문 기자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프로그램에 영향을 줄까 봐 참았어요. 녹화 도중에 링거를 맞고 돌아오거나 하고….”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이었을 텐데, 그걸 이기고 촬영한다는 건 쉬운 일 아닙니다.”



 8일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였다. 개그맨 이경규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예능계의 큰 형님’으로 불리며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줬던 터라 반향이 컸다. 트위터·페이스북 등에는 응원과 위로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스타가 ‘마음의 병’을 고백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영화배우 박용우, 공형진 등이 각각 자폐증과 우울증을 앓았다고 밝혔다. 연예인들이 우울증으로 잇따라 자살하던 몇 년 전과 달리, 마음의 병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덕이다.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스타들의 욕구도 ‘커밍아웃’에 힘을 실었다.



 다행히 고백은 성공적이다. 시청자들이 큰 위로를 받고 있어서다. “이경규씨 공황장애 얘기, 딱 제 얘기더군요.” “숨쉬기 힘들고 버스도 잘 못 타겠고…. 무던히 참고 있었는데 내일 용기 내서 병원 가봐야겠습니다”는 등의 반응이 대세다. 위로를 준 이 대부분이 ‘호감 연예인’이 되는 건, 이것이 긍정적인 소통이란 증거다.



 우려되는 건, 시청률 경쟁이 바쁜 방송사에서 이런 고백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경우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연예인을 붙들고 ‘이미 다 알지 않느냐’며 들쑤실 수도 있고, 사생활이 드러나지 않았던 이를 예능프로그램에 초대해 이리저리 떠볼 수도 있을 거란 얘기다. 혹여 악성 댓글이라도 달리면 상처는 고스란히 당사자의 것이다.



 누군가 어렵게 꺼내놓은 상처가 흥미 자극의 소재로 ‘쓰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게 기자만의 생각일까. 아직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고 있느라 고통스런 이에게는 더더욱, 카메라가 ‘고백강요의 창’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저 구경거리가 되기에 마음의 병은 넓이를 가늠할 수도, 깊이를 잴 수도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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