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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선박도 ‘안전벨트’를 의무화하자

중앙일보 2012.01.12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상진
부산총국장
지금 울산 앞바다에서는 부산 선적 739 건아호의 실종 선원 수색이 한창이다. 배가 침몰한 지난해 12월 26일부터 6일까지 집중 수색을 벌였고, 7일 이후에는 해경 함정들이 경비업무를 병행하면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집중 수색 기간에는 매일 해경과 해군 함정 40척, 부산시와 울산시 소속 어업지도선 2척, 헬기가 동원됐다. 함정에 승선한 인력도 하루에 300여 명이었으나 허탕을 쳤다. 실종 선원 10명의 가족 70여 명은 집중 수색 마지막 날인 6일 사고해역에서 위령제를 올리며 통곡했다.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위로가 됐을 텐데 그러지 못해 슬픔은 더욱 컸다.



 우리나라는 장례 풍습상 시신이 꼭 있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실종자를 수색한다. 해경이 추산한 건아호 집중 수색에 들어간 비용은 14억2800만원. 계산법은 이렇다. 함정 1척당 하루 유류비를 200만원으로 계산하면 504척(12일×하루 42척)의 유류비는 10억800만원이고, 헬기 출동 유류비는1회에 250만원이므로 모두 24회에 걸쳐 6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함정과 헬기에 승선한 수색 인력의 인건비 3억6000만원(12일×하루 300명×하루 일당 10만원)을 합친 것이다.



 2010년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어선사고로 인한 사망·실종 선원은 130명. 해경은 사망·실종 선원 수색에 해마다 수백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실종 선원을 빨리 구조하고 시신도 빨리 찾을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산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하는 ‘자동위치 발신 구명조끼 보급 사업’이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김석재 박사팀에 용역을 줘 준비 중이다.



 이 조끼는 착용한 선원이 바다에 빠지면 조난 위치를 자동으로 발신한다. 이 신호를 인공위성이 받아서 위성지구국에 보내면 위성지구국은 조난자 위치정보를 어업무선국과 해경 등 관련 기관에 보낸다. 이 기관들은 조난자 위치정보를 수색 중인 해경 함정에 보내 빨리 구조하게 한다. 조난자 위치 파악 과정에는 정부가 보유한 어선의 운항 정보, 선원의 승선 현황 등 각종 데이터를 활용한다. 부산시는 실험을 끝내고 지역 어선 선원 9000여 명에게 이 조끼를 연차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물속에서 사람의 생존시간은 섭씨 2도에서 45분에 불과하다. 조난자의 위치를 빨리 찾아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위치 발신 조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자동차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처럼 선원들의 보상금도 조끼 착용 여부에 따라 차등 적용하면 착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업체들도 배에서 작업할 때 불편하지 않은 조끼를 만들어야 하고, 선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교통사고 사망률도 안전벨트 착용이 정착되면서 낮아졌다. 이제는 해양사고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처에서 벗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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