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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의 시시각각] 민주당, M&A는 성공했지만 …

중앙일보 2012.01.12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상일
논설위원
밀가루 장사 하면 바람 불고, 소금 장사 하면 비가 온다. 무엇 하나 되는 일이 없다. 한나라당이 이 모양, 이 꼴이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이 변화와 개혁의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다. 당은 박살나다시피 했다. 그래서 급히 홍준표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등장시켰다. 비대위는 비상한 각오로 쇄신작업에 박차를 가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300만원 돈봉투’ 사건이 터졌다. 2008년 전당대회 때 대표로 선출된 박희태 국회의장이 ‘노란 돈봉투’를 ‘잔뜩’ 뿌리며 표를 샀다는 의혹이다. 고승덕 의원이 무슨 속셈에서 발설했는지 추측이 무성하나 당은 결딴이 났다.



  불똥은 민주통합당(약칭 민주당)에도 튀었다. 15일 판가름 날 지도부 경선에 나선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때 영남권 당협위원장들에게 50만∼500만원을 뿌렸다는 얘기가 나와 한때 발칵 뒤집혔다. 당은 진상조사위를 구성했으나 누가 누구에게 그랬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원혜영 공동대표는 “증거와 실명이 확인되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사위가 진실을 밝혀낼 가능성은 거의 없고, 그럴 의지도 없어 보인다. 일부 당권 주자들은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의혹을 확산시키는 건 금물이다”(한명숙 후보), “모략정치, 물타기 정치로 (한나라당에) 이용당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박영선 후보)고 했다. 의혹 자체를 깔아뭉개려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민주당의 본심은 무엇일까. 검찰을 끌어들여 평지풍파를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것 아닐까. 한나라당의 돈봉투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켜보며 반사이득만 챙기면 된다는 것 아닐까.



 민주당엔 낙관론이 팽배해 있다. “한나라당이 거의 망했으니 4월 총선에서 대승할 것이고, 12월 대선에서도 이겨 정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총선 때 민주당 간판을 달고 뛰겠다고 나선 이들도 득실득실하다. 한동안 한나라당 인사들에게만 접근했던 사람이 느닷없이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경우도 있다.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이 큰 수도권의 좋은 지역엔 공천 경쟁이 10대 1 안팎일 정도로 치열하다.



 민주당은 구(舊)민주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람들, 진보적 시민단체와 한국노총이 합쳐진 정당이다. 사람이 몰리는 건 세력 간 통합에 성공한 데다 총선 전망까지 밝아서다. 민주당은 자유선진당을 탈당한 현역 의원 세 명 중 둘도 즉시 받아들였다. 민주당 소속인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려고 선진당을 버린 이용희 의원, 2008년 총선 때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선진당으로 발을 돌렸다 다시 발을 뺀 이상민 의원을 “철새 영입은 안 된다”는 여론을 묵살하고 데려간 것이다.



 그런 민주당엔 인수합병(M&A)은 있지만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한나라당에선 현역의원 8명이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의 퇴진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으로 연결될 걸로 보인다. 반면에 민주당엔 기득권을 포기하려는 의원이 많지 않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두 명뿐이다. 세 번을 이긴 곳인 군포를 버리고 대구로 가겠다고 한 김부겸 의원이 “대통령을 하려는 이들은 서울 강남 등 한나라당 강세 지역으로 가라”고 했지만 호응하는 대권 주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서울에서 출마하겠다고 한 호남의 중진 의원들도 쉽게 이길 수 있는 곳에 깃발을 꽂았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겠다며 의원직 사퇴서를 냈던 4선의 천정배 의원은 또 국회의원을 하겠다며 서울의 노른자위를 골라놓았다. 그가 당선되면 2014년의 서울시장 선거 때 의원직 사퇴서 제출이란 쇼를 재연할지도 모른다. ‘시장이 되면 더 좋고, 안 되면 국회의원 하면 되고’-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당에 큰 지분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덩치를 잘 키웠고, 지도부 경선 흥행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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