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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김정일·박근혜·안철수 그들을 하나로 잇는 인디언식 우연

중앙일보 2012.01.12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뜬금없는 인디언식 이름 짓기가 인터넷에서 한창이다. 태어난 해와 달, 날 세 가지 숫자에 정해져 있는 단어를 조합하면 인디언 이름이 된다는 거다. 해는 특징을 나타내는 수식어고, 달은 자연의 이름으로 주어, 날은 행동을 지칭하는 술어가 된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지만 그럴듯한 구석도 없잖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전당대회 돈봉투를 폭로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의 생년월일을 조합하면 ‘용감한 하늘의 그림자’가 된다. 그늘 속 치부를 용감하게(?) 드러낸 사람의 이름으로 나쁘지 않다. 돈봉투를 돌린 사람으로 지목된 박희태 국회의장은 ‘날카로운 달빛 아래서’다. 검은돈은 밤에 돌릴 테지만 감시의 눈은 날카롭게 뜨고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역대 대통령들의 인디언 이름도 재밌다. 이승만은 ‘하얀 양의 파수꾼’이 된다. 일제에 핍박받던 흰옷 백성들의 어버이를 자처했으니 틀린 이름이 아니다. 박정희는 ‘용감한 하늘에 쫓기는 남자’다. 과감한 쿠데타에 공이 과보다 많았지만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믿음에 불행한 최후를 맞은 인물에 이만한 이름이 없다.



 전두환은 ‘푸른 늑대를 죽인 자’다. 집권하는 과정에서 피바람이 일었으니 놀랍지 않다. 노태우는 술어 없이 그저 ‘붉은 바람’이다. 전임자의 바람에 편승한 바 없지 않으니 틀렸다 하기 어렵다.



 김영삼은 ‘용감한 바람처럼’이다. 다른 건 몰라도 금융실명제니 ‘하나회’ 해체니 손대기 어려운 일을 과감하게 처리했으니 그런 이름 붙는다고 시비 걸 사람 없겠다. 김대중 또한 술어 없이 ‘웅크린 늑대’다. 인디언식 이름엔 무슨 이윤지 몰라도 4, 5, 6일생에게는 술어가 붙지 않는다. 오랜 세월 웅크리고 있었지만 끝내 이빨을 드러내 권좌에 오른 사람에겐 술어가 필요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노무현은 ‘지혜로운 말과 함께 춤을’이다. 말하고 춤추기라. 큰 뜻을 품었지만 결국 현실의 벽 앞에서 좌충우돌하고 말았기에 그런 이름이 됐을까. 이명박은 ‘푸른 바람은 맨날 잠잔다’란다. CEO 리더십 바람으로 대권을 쥐었지만 끝내 정치를 모르고 소통하지 못한 대통령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다.



 특히 재밌는 건 대권주자들의 이름이다. 그보다 먼저 김정일의 인디언식 이름을 보자. ‘붉은 태양의 왕’이다. 왕보다 더 왕처럼 살다 간 사람에게 걸맞은 이름이다. 그런데 박근혜와 안철수의 이름이 그와 비슷하다. 박근혜는 ‘붉은 태양의 기상’이고 안철수는 ‘붉은 태양의 파수꾼’이다. 도전하기 어려운 대세의 ‘기상’에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한 ‘파수꾼’의 형세다.



 기상이 셀지 파수꾼이 강할지 모를 일이나, 즐거움보다 걱정거리가 더 많은 임진년 새해 그저 한번 크게 웃으며 시작하자고 ‘붉은 늑대와 함께 춤을’이 써봤다.



이훈범 문화스포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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