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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의 현장] ‘빨대’ 꽂고 주식 투자자 돈 떼가는 금융투자협회

중앙일보 2012.01.12 00:00 경제 2면 지면보기
주식 투자자라면 꼭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다. 당신이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거래대금의 0.0008208%를 금융투자협회가 꼬박꼬박 떼어간다는 것이다.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에 합산돼 있는 것이라 징수 흔적은 남지 않으며, 떼어갔다고 투자자들에게 알려주지도 않는다. 엄연한 현실이지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주식 매매 때마다 0.00082% 징수
500억 협회비 회장 보수 등 펑펑 써

 한국의 산업별로 업자들의 이익단체인 협회는 수백 개를 헤아린다. 이들 협회의 운영예산을 회원사들이 분담해 내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유독 금투협은 증권시장에 ‘빨대’를 꽂아 금융 소비자인 투자자의 돈을 거둬 예산을 충당한다. 한국거래소도 그렇게 하곤 있지만 거래소는 시장 인프라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관이란 점에서 성격이 분명 다르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 금투협의 전신인 증권업협회가 설립된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관행이다. 과거 증권업계가 워낙 영세해 편의상 그렇게 해뒀던 게 은근슬쩍 제도화돼 버렸다. 덕분에 금투협은 회원사인 증권사들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 없이 한 해 400억~500억원의 수입을 챙긴다. 여기에는 금융당국의 ‘계산’도 크게 작용했다. 협회의 밥그릇을 보장해 주면서 각종 협조를 받고, 관료 출신을 상근부회장 자리에 내려보낸다.



 따지고 보면 대수롭지 않은 금액일 수도 있다. 주식을 1억원어치 사고팔 때 820원꼴이다. 하지만 돈의 규모가 문제가 아니다. 예산 걱정이 없으니 협회가 회원사 무서운 줄 모른다. 업계와 시장을 위한 서비스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예컨대 최근 주식워런트증권(ELW) 문제로 증권사 사장 12명이 법정에 선 초유의 사태에도 금투협은 나 몰라라 했다. 거꾸로 자율규제를 빙자해 업계 위에 군림하는 태도를 보이기 일쑤다.



 금투협 임직원의 보수는 두둑하다. 협회장의 연봉이 5억 1000만원이다. 판공비도 2 ~3억원을 쓸 수 있다. 금융권 협회장 중 최고액이다. 현재 진행 중인 차기 회장 선거에 전·현직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와 관료 출신 등 6명의 후보가 몰려 치열한 경합을 하고 있는 이유다.



 이제 금투협의 회비 징수 방식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협회의 주인인 증권사들이 그런 변화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예산을 엄격히 심사해 직접 주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 협회장 후보 중 이를 공약으로 내거는 인물이 나온다면 선거에서 이길 확률이 매우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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