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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잔소리, 바꿔보세요

중앙일보 2012.01.11 05:09 Week& 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방학이라고 늦잠만 잘 거니.” “게임 좀 그만 해라.” “언제까지 TV만 볼래.” “학원 숙제는 다 하고 노는 거야.” 방학만 되면 주부 남지현(41·서울 노원구)씨는 초등 3, 5학년 형제에게 잔소리를 하느라 하루가 힘들다. 남씨는 “방학 땐 온종일 아이들과 붙어 있다 보니 아이들 행동 하나하나에 충고랍시고 잔소리를 늘어놓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엄마와 눈만 마주치면 잔소리 메들리를 들어야 하는 형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잔소리 때문에 엄마는 스트레스 지수가, 아이는 마음의 벽이 높아간다. 부모와 자녀가 소통하려면 잔소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마음대로 해라, 이젠 포기했다 X 다시 하면 돼, 엄마가 뭘 도와줄까 O

박정현 기자



부모 기준 강요하지 말아야=“하라는 대로 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부모가 자신의 기준을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할 때 하는 말이다. 가톨릭대 심리학과 정윤경(『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VS 아프게 하는 말』 저자) 교수는 “부모의 방식에 자녀가 맞추길 바라며 강요하는 말은 아이의 자발성과 책임을 묵살할 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미움과 반항까지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말 속엔 ‘네 의견은 중요하지 않으니 들을 필요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기준을 말하고 싶다면 “나는 네 엄마고, 너는 내 딸이야. 네가 어떤 결정을 할 때 엄마가 조언을 해주는 게 내 역할이야”라는 말을 하라고 정 교수는 조언했다.



하지만 자녀가 초등 저학년이라면 종합적인 판단이 힘들기 때문에 부모가 어느 정도 기준을 정해주는 것이 좋다. 행동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예컨대 TV를 1시간 본 후 숙제를 하도록 아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일만 지적을=“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TV나 보고, 지난번에는 학원도 빼먹고….” 부모들은 잔소리를 할 때 한번에 여러 가지를 줄줄 말한다. 용인 백현초 최영민 교사는 “자녀에게 잔소리를 할 땐 말하려는 한 가지 주제만 짧고 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잔소리가 길어지면 아이가 주제를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최 교사는 “할 말이 많을 땐 가장 급한 것 하나만 한다. 어쩔 수 없이 많이 말해야 할 땐 첫째, 둘째 식으로 주제를 나눠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잔소리는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 “너한테 백 번도 더 말했다”처럼 과거의 일까지 들춰 문제를 만드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기질적으로 느린 아이에게 “빨리빨리 좀 해”라고 재촉하는 것보다“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는 말로 자극을 주는 방법이 좋다.







행위에 대해서만 언급=“커서 뭐가 될래, 이젠 네 행동에 지쳤다, 넌 늘 그런 식이야, 그렇게 될 줄 알았다”처럼 아이를 부정적으로 결정짓는 말은 피해야 한다. 특히 “이젠 정말 포기했어” 같은 말은 아이 입장에서 보면 부모가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돼 불안을 겪게 된다. 최 교사는 “잔소리하는 목적은 아이의 잘못을 지적해 바꿔주려는 것인데 막상 잔소리를 시작하면 아이 자체만 비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자녀에게 하는 부정적인 말이 아이의 행동을 개선하기보다 상처와 부모에 대한 반감만 키운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엄마가 많이 노력했지만 너를 변화시키는 덴 도움이 되지 않았어. 너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엄마의 한계를 인정하는 거니까 엄마가 네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해 줘”라고 말해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진지하게 되돌아볼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인격 무시하는 말 피하길=부모가 자녀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될 잔소리 중 하나가 인격을 무시하는 말이다. “너는 왜 이 모양이니, 밥은 먹어서 뭐해” 같은 말은 아이 스스로 자신이 쓸모없고 무능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 교수는 “부모에게 인격을 무시당한 아이는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상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부모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하면 자녀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끊임없는 잔소리나 꾸지람을 듣고 자란 아이는 자신에게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 열등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특히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얼마나 잘하나 보자”처럼 대놓고 자녀를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면 자녀에게 부모는 미움과 원망, 불신의 대상이 된다. 아이가 어떤 일을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면 “넌 왜 만날 이러니”라고 채근하기보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다시 하면 된다”는 말로 응원해야 한다. 



감성적인 언어가 효과적=“한 번만 더 그러면 절대 용서 못해, 말 안 들으려면 집에서 나가”라며 아이의 감정표현을 막는 말은 행동을 개선하기보다 주눅들게 한다. 이럴 땐 공격적이고 과격한 말보다 “네가 그렇게 해서 달라지는 게 뭘까”처럼 감성적인 언어가 더 효과적이다. 정 교수는 “특히 청소년은 자신이 부모에게 공감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게 심리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식 관계를 망치면서까지 버릇을 고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잔소리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쓸데없는 말을 계속할 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는 말을 하는 부모가 있다. 쓸데없는 소리 같아도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그 말 속엔 아이의 기질이나 특징이 녹아 있다. 예컨대 소풍 가기 전날 비가 많이 올까 봐 걱정을 토로하면 잔소리를 하기보다 걱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 즉 일기예보를 알려줘 아이의 걱정거리를 해소해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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