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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전달자 본인 맞나 묻자 고명진 ‘ … … ’

중앙일보 2012.01.11 03:00 종합 1면 지면보기
10일 경기도 고양시 고명진씨 집 앞에 고씨 부인에게 배송된 택배상자가 놓여 있다. 배송 예정일은
1월 5일로 기재돼 있었다. 고씨는 본지 기자와 만난 후에도 상자를 집 안으로 들여놓지 않았다. [변선구 기자]

‘뿔테 안경’ 의혹 인물 박희태 전 비서 만나다

“2008년 전당대회 때 돈을 주고받으신 분이 본인 맞나요?”



 “···”



 “고명진씨 본인이 돈봉투를 주고 되돌려 받으셨나요?”



 “···”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40·사진)씨. 그를 만나기까지 꼬박 이틀이 걸렸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단지에 있는 고씨 자택 앞에서 대기한 것은 9일 오후부터. 고씨는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집은 불이 꺼진 채로 인기척이 없었고, 현관 앞에는 배송 예정일이 1월 5일로 기재된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은 “고씨 집은 1월 7일부터 계속 불이 꺼져 있었다”고 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이 6일이었던 만큼 바로 다음 날부터 종적이 묘연해진 것이다. 고씨는 자신이 현재 보좌관으로 재직 중인 한나라당 여상규 의원 사무실에도 7일 이후 출근하지 않고 있다. 여 의원은 “고 보좌관이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것도 보도를 보고 알았고, 이전에는 일절 보고받은 바 없다”며 “고 보좌관에게 10여 차례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9일 밤까지만 해도 고씨는 완전히 잠적한 듯 보였다.



 기자는 10일에도 고씨가 귀가하길 기다리며 집 앞을 지켰다. 그런데 이날 오후 5시쯤 현관 문이 열렸다. 고씨였다. 금속 재질의 안경을 낀 그는 걸쇠를 건 채 문을 빼꼼히 열고는 기자에게 과자와 커피를 주면서 “드시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쏟아지는 기자의 질문엔 모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검찰에서 연락이 왔느냐”는 질문에만 가볍게 고개를 저은 뒤 다시 문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는 10일 새벽 기자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자택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고씨가 그동안 모처에서 사건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고씨는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의 비서로 재직하면서 고승덕 의원 보좌관이었던 김모씨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되돌려받은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고명진씨는 또 고승덕 의원실을 찾아가 여비서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뿔테 안경을 쓴 남성’일 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고 의원에 따르면 전당대회 1~2일 전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30대 초중반의 남성이 의원실에 찾아와 “꼭 고 의원에게 전해달라”며 300만원과 박 의장의 이름이 적힌 명함이 든 서류봉투를 여비서 이모씨에게 줬다.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의원회관으로 돈봉투를 배달한 사람도 고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 고씨 곧 소환 조사=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고씨를 곧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300만원이 박 의장의 자금인지와 다른 의원들에게도 돈봉투가 전달됐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당시 고 의원 사무실에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뿔테 안경을 쓴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돈봉투를 직접 받은 고 의원의 여비서 이씨에게 당시 ‘박희태 캠프’ 관계자들의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는 등 확인 작업을 벌였다. 이씨는 3, 4명의 사진을 지목했으며 이 중에는 고씨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이들과 주변인들을 소환해 자금 전달자가 누구였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또 10일 ‘박희태 캠프’ 관계자 한 명을 소환해 당시 상황과 자금 전달 여부를 조사했다. 해외순방 중인 박 의장이 귀국하는 18일 이전까지 전당대회 당시 관련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2010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석·정효식·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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