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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산 직전 헝가리 … 나치주의 그림자 어른

중앙일보 2012.01.11 00:00 종합 13면 지면보기
빅토르 오르반
경제가 파탄 일보 직전까지 치닫고 있는 헝가리에서 사회 불안에 편승해 극우 나치주의의 망령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석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파 피데스당 정권은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내팽개치고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저임금 상태가 지속되면 극단적인 포퓰리즘과 파시즘 정권이 출현할 수도 있다고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 등이 지적했다.


생활고에 증오 범죄 급증
집권당선 일당독재 굳히기
1930년대 독일 상황 닮아

 헝가리는 장기화하고 있는 경제위기로 회생이 불가능할 지경에 처해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헝가리의 사정이 공산당이 통치했던 1989년 이전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26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경제개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포린트화(貨)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국채 이자율은 디폴트 진입 수준(7%)을 넘어 10% 이상으로 뛰었다. 지난 7일에는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마지막으로 피치마저도 헝가리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강등시켰다. 실업률은 11%를 넘었고,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노동자들도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옛 소련권 동유럽에서 헝가리가 최저 성장, 최대 부채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활이 극도로 피폐해지자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집시(공식용어로는 로마) 등 소수민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며 극우 국가주의자들의 세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反)유대인, 반집시 등 인종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극우 파시스트 정당 ‘조비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피데스당에 이어 지지율이 둘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치주의를 부른 1930년대 독일과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제1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은 대공황의 여파에다 상상을 초월한 인플레, 엄청난 전쟁 배상금 등의 부담으로 경제가 대혼란에 빠졌고 국민의 생활은 도탄에 빠졌다. 이 틈을 비집고 히틀러의 나치가 득세했다. 나치는 유대인 등 소수인종을 무차별 학살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나치주의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살아나는 사태를 경계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개발장관 코라도 파세로는 최근 “현재 우리의 최대 적은 포퓰리즘”이라며 “저성장이 지속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계속 높아지면 우리는 그러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집권 피데스당은 위기 극복은 아랑곳없이 오히려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포퓰리즘을 내세워 일당독재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법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헌법 개정을 강행했다. 중앙은행법 또한 독립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방향으로 바꿨다.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EU 조약과는 맞지 않는 것이어서 EU와 갈등을 빚고 있다. 오르반 총리와 그 측근들은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선거구도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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