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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국 미술계 수퍼스타 왜 없나

중앙일보 2012.01.11 00:00 종합 31면 지면보기
권근영
문화부문 기자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같은 중요한 아트 페어(미술견본시장)에 여전히 서양과 중국 미술가의 작품이 중심이 되는 것은 문제다. 그만큼 한국 미술계에 국제 무대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한 ‘수퍼스타’가 아직 없다는 말일 수도 있다.”



 추태이 국립타이페이예술대 교수의 지적이다. 또 프랑스 디종에 있는 미술관인 르콩소르시움의 프랑크 고트로 디렉터는 이렇게 묻는다. “한국에 ‘진짜’ 동시대 미술을 위한 훌륭한 미술관이 있나. 있다면 왜 김수자 개인전을 열지 않나?”



 한국문화에 외국의 관심이 높아질 걸로 기대되는 새해다. 물론 1등 공신은 K-POP이다. 문화계 종사자라면 너도나도 ‘한류’를 꿈꾼다. 미술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미술전문지 ‘아트인컬처’가 신년특집으로 해외 지한파 11명에게 ‘미술한류’에 대한 제언을 받았다.



2008년 벨기에 브뤼셀갤러리에 설치된 김수자의 ‘연꽃: 제로지대’. 수백 개의 진분홍 연등 사이로 불교와 이슬람교, 가톨릭 성가가 함께 울린다. [아트인컬처]


 ‘외인부대’들은 무엇보다 우리 미술계의 스타 부재를 우려했다. 이름만 대면 일반인도 퍼뜩 떠올리는 생존 한국 미술가, 즉 ‘스타’가 있을까. 또 우리는 언제든 미술관에 가서 그들의 작품을 볼 수 있을까. 아쉽게도 둘 다 아니다. “우리의 것은 좋은 것이여” 따위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도 관심 없는데 저들보고 쳐다보라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고트로 디렉터의 말을 다시 인용하면, 전세계 어느 미술관보다도 한국미술에 관심이 많을 곳은 우리 미술관일 텐데 그들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거다. 아티스트는 미술관급 전시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또 일반 관객과 교감한다. 미술관 전시를 위한 연구와 도록 출판은 해외에 작가를 알리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해외 미술 관계자들이 한국 대표 작가로 자주 언급하는 재미 설치미술가 김수자(55)씨의 대규모 개인전은 13년 전 국내 한 사립미술관에서 열렸을 뿐이다.



 시스템만 탓할 일도 아니다. 예술 또한 사회의 반영이다. 스타 부재는 결국 대중과 교감하는 보편적 작가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도쿄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히로미 기타자와 큐레이터는 “최근의 한국 미술작품은 뭔가가 극도로 빠른 속도로 상실되는 한국상황을 암시하는 것 같다. 미술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새해 외국 관계자들의 지적이 뼈아픈 건, 아마도 이게 사실이라서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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