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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전 부지, 차선의 선택

중앙일보 2012.01.11 00:00 종합 37면 지면보기
유홍림
단국대학교 법정대학 학장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해 말 경북 영덕읍 일대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일대 두 곳을 새로운 원전 부지 후보지로 선정한 데 대해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해당 지역의 극심한 갈등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저항과 반대에는 나름의 근거와 간과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 그동안 원전이 발전 단가가 싸고 위험하지도 않다는 전제하에서 계속 건설해 왔지만, 관리 및 폐기 비용은 물론 사고 시 피해복구액 등을 감안한다면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원자력 선진국들이라고 분류되는 미국, 프랑스, 일본조차도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인구 1인당 전력 소비량이 우리 국민소득보다 2배나 높은 일본, 프랑스, 영국보다 더 많은 점을 감안해 비합리적인 전기료 책정 방식을 개선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 나간다면 더 이상의 원전 건설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논리적 허점과 비현실적인 가정들이 내포돼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더 늦기 전에 원전 건설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적인 이유와 당위성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유연탄과 석유 등 발전연료를 100% 수입해야 하는 자원빈국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생명줄인 수출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제품 생산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원가가 석탄의 절반 수준, 석유의 4분의 1에 불과한 원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태양열과 풍력 등 신(新)재생에너지는 기술적인 한계와 낮은 경제성 때문에 원자력을 대체하려면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이 요구된다. 지난해 9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전력 공급 증가를 훨씬 웃도는 전력 수요 증가 추세에 놓여 있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 및 운전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두 가지 입장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가의 논쟁은 정답이 없는 사안이다. 미래관, 환경관, 과학기술에 대한 믿음 등 다양한 가치체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매달려 국가적 역량을 소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한 입장을 택하더라도, 다른 입장의 주장과 우려를 신중히 고려하고 반영하려는 태도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원자력 발전이 비록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의 대안임을 수용하자는 것이다. 그런 후 원전의 안전성과 비용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소통과 교류의 강화,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는 국제적 전문기관의 참여 허용 등의 조치들을 통해 방사능에 대한 국민의 공포를 불식시키면서 원전의 안전을 이중, 삼중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또 원전 이외의 다른 청정하고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에너지원 확보 방안 등에 관한 진지한 고민과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원전 부지의 순조로운 선정에 필수적인 해당 지역 주민에 대한 설득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 내지는 사회적 합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새만금 간척사업, 천성산 터널 건설 사업, 4대 강 개발사업 추진에서 많은 사회적 갈등들을 겪어 왔다. 그럼에도 우리의 갈등 해결 능력은 나아지지 않은 채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골만 깊어져 갔고, 사회·경제적 비용만 눈덩이처럼 커져왔을 뿐이다. 이번 신규 원전 부지 선정 과정에서는 그동안의 실패 경험을 통해 학습된 갈등 해결 능력이 민주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유홍림 단국대학교 법정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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