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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연줄 타고 공기업 취직 … 온 식구 함박웃음 짓겠지만 남의 자식들은 피눈물 흘린다

중앙일보 2012.01.11 00:00 종합 3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서울 노원구 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공모 과정을 거쳐 A씨를 3급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공단의 3급은 구청으로 치면 6급(팀장)에 해당한다. 보통 15년은 근무해야 오를 수 있다. 채용 경위를 놓고 곧 말썽이 빚어졌다. 공단 측이 공모에 앞서 심사 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노원구의회 마은주 의원에 따르면 경력·자격증·포상 내역 등 다른 것은 그다지 변별력을 갖지 못하고 ‘봉사활동’과 ‘임용예정자의 발전성’ 항목에서 차이가 벌어지게끔 기준이 바뀌었다. A씨는 공모에 앞서 한 복지관에서 집중적으로 봉사활동을 벌여 만점 기준(80시간)을 채웠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했다. 발전성 항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연히 사전 정보유출·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A씨는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공을 세운 사람”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구청 측은 “절대 아니다”고 부인했다. “학력·나이 등 예전 기준을 폐지하고 새 심사기준을 만들면서 봉사활동 등의 항목을 신설한 것”이라고 구청 측은 해명했다. 그렇다면 A씨는 봉사활동 만점 기준을 꿰뚫어 보는 예지력과 행운을 타고난 사람이다.



 며칠 전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지방 공기업 특혜채용 실태점검 결과’에는 노원구 사례도 포함됐다. 권익위는 전국 14개 기관을 샘플로 뽑아 채용 실태를 조사했다. 열네 곳 전부에서 불공정 의혹이 불거졌다. 44대1의 시험 경쟁률인데도 응시자격조차 없는 시청 국장 딸을 최종 선발하고(경기도), 전직 군의원 아들을 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특별채용하는(부산) 식이었다. 전직 국회의원 수행비서는 84대1의 경쟁을 뚫고 별정직 7급에 뽑혔다. 10일간 공채 공고를 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딱 3일만 알려 경쟁률을 낮추는 수법도 활용됐다. 권익위는 자료제출·의견진술을 요구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권한이 없다. 이빨 빠진 칼을 갖고 조사했는데도 대상기관 모두에서 비리 의혹이 나온 것은 무슨 의미일까. 지방 공기업 전부를 제대로 조사한다면 국민적 분노로 이어질 게 확실하다.



 결혼시장에서 1등 신랑·신붓감으로 공무원·공기업 직원이 꼽힌 지 오래다. ‘돈 받는 사람은 바보, 최고 뇌물은 자식 취직’이라는 요즘이다. 자식 앞에 장사 없고 취직 앞에 여야, 진보·보수가 없다. 청년백수 시대에 불법·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식을 공기업에 들여보낸 가정에선 웃음꽃이 활짝 필 것이다. 이제 시집·장가 보낼 걱정도 덜었다며 안도할 것이다. 그러나 그 집 창밖에서는 수많은 백수가 한겨울 추위에 떨고 있다. 더구나 스펙을 쌓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는데도 ‘연줄’이라는 마지막 스펙이 없어 탈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피눈물이 솟을 것이다. 일자리 부족만 탓하지 말고 있는 일자리부터 공정하게 다루어야 한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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