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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한국전쟁 ‘고지전’

중앙일보 2012.01.11 00:00 경제 9면 지면보기
1951년 여름 이후, 유엔군과 중공군은 상대방을 철저히 제압하고 한반도를 석권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깨치게 된다. 중공군은 강화된 유엔군의 화력 앞에 더 이상 무모한 대공세를 펼칠 엄두를 내지 못했고, 유엔군 또한 본국에서도 별 인기가 없는 전쟁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발을 빼고 싶어 했다. 이렇듯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음에도, 휴전협상을 둘러싼 지루한 전쟁은 그 후 2년이나 지속됐다.


지루한 박스권 전투 … 치고 빠지는 전략 써라

 유엔군 측과 공산군 측 모두,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이라도, 조금이라도 ‘현재보다는 유리한 위치에서 끝내야 한다’라는 명분마저 저버릴 수는 없었다. 또한, 어느 한쪽이 종전을 위한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버리면, 다시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재료도 필요하게 마련이다. 이렇듯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끝낼 명분을 쌓기 위해 벌어진 기묘한 전투가 바로 영화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고지전’이다. 불과 몇 개의 산봉우리와 능선으로 이뤄진 지역을 확보하기 위해 사단급 병력과 군단급 화력이 축차적으로 동원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선은 고요한 가운데, 이슈가 되는 몇 개 지역에서는 밀고 밀리는 소모적인 전투가 연일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사상자를 감수하고 일부 고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전체 전선은 크게 변하는 것이 없다. 다만, 판문점의 휴전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명분 혹은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일 수 있는 재료가 확보됐을 뿐이다.



 2011년 4분기 이후 코스피의 추세는 사라지고, 박스권만 남았다고 한다. 코스피가 상승하자니, 유럽발 금융위기와 경기에 대한 우려가 만들어낸 강력한 저항선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코스피가 하락하자니, 낮은 밸류에이션이 만들어낸 저평가 매력이 불러낸 매수세가 지지선을 만들어 낸다. 이상 상황에서 남은 대안은 ‘시장 전체에 대한 도전’은 포기하는 대신 제한적인 수급이 집중되는 업종과 종목에서 치고 빠지는 매매로 수익을 내는 전략일 것이다. 즉 종목의 모멘텀과 가격 변동성을 노린 단기매매 전략이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만일, 모멘텀 투자가 아닌 가치 투자를 추구하는 투자자라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시장 전체에 대한 분산 투자가 아닌 일부 핵심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전략이 유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저평가된 우량주가 널려 있는 상황에서 향후 시장을 주도해 나갈 특정 종목을 선점해 놓고 경기 사이클의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은 주식시장 전체에 대한 분산 투자보다 우월한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정 ‘고지’를 미리 점령해 놓으면 미래에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는 공세에서 대단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어 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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