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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노 프로블럼이 문제다

중앙일보 2012.01.11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심재우
경제부문 기자
남인도 타밀나두주의 주도인 첸나이 시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가량 외곽에 위치한 마힌드라 리서치 밸리. 지난해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M&M) 그룹의 연구개발(R&D)센터다. 124에이커(약 15만1000평)의 광활한 대지 위에 현재 1200명의 마힌드라 연구인력이 자동차와 농기계, 엔지니어링 시스템, 국방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지난 8일 마힌드라가 한국 기자단에 이를 전격 공개했다. 쌍용차와 R&D 공조를 이루는 데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마힌드라가 보여준 연구개발 시설은 몇몇 유럽산 장비를 제외하면 한국의 대학 연구실 수준이었다. 차량 디자인실 같은 중요 시설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이날 공개한 시설에서 감명받기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의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마힌드라와 손발을 맞춰야 한다. 발표한 대로 쌍용차는 마힌드라와 2016년까지 4종의 신차를 개발해야 회생의 길을 걸을 수 있다. 마힌드라의 R&D 수준은 미천했지만 SUV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로 거듭나려는 의지는 분명해 보여 그나마 다행이었다.



 쌍용차가 마힌드라의 울타리 안에서 회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인도인이 입에 달고 다니는 ‘노 프로블럼(No Problem)’을 주의해야 한다. 인도인은 급한 불부터 끄려는 생각에 ‘노 프로블럼’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인의 ‘노 프로블럼’에 혀를 내두르는 기업인이 한둘이 아니다. 현대차 협력업체로 첸나이에 공장을 지은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은 회사 정문에 ‘노 프로블럼이 문제다(No Problem is Problem)’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 정도다.



 둘째 관문은 구조조정 인력의 복직문제다. 2년 전 회사를 떠난 2600여 명 가운데 징계 해고자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12월부터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농성 중이다. 마힌드라와 쌍용차는 이들이 지원세력을 등에 업고 자칫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와 같은 정치문제로 키우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쌍용차가 정치적 문제에 휘말릴 경우 회생의 불씨는 꺼질 수밖에 없다. 쌍용차는 이참에 회사를 떠난 사람들의 복직 일정을 좀 더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밝혀 정치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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