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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중남미 시장 열 ‘최종 병기’는 신뢰

중앙일보 2012.01.11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
우리나라가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었다. 세계에서 9번째 무역강국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출렁이는 환율과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등 호의적이지 않은 외부 환경을 딛고 이뤄낸 성과여서 국민들의 감격은 더욱 컸다.



 하지만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4% 이하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속출하고,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무역 2조 달러 시대를 어떻게 열어 젖혀야 할지 염려스럽다. 특히 불모지를 개척하며 무역 1조 달러 달성과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견인해온 우리 건설업이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미국의 건설전문지 ENR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225대 건설업체들의 해외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우리 건설업의 위태로운 현실을 반영하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사항이 있다.



 첫째, 해외 건설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성장 정체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세계 225대 건설업체들의 총 매출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최근 3년간 해외 매출액은 3800억 달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유럽과 미국 건설업체 중심의 글로벌화가 두드러진다. 해외 매출비중이 높은 상위 10위 건설업체에는 모두 유럽과 미국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상위 20위권 업체들의 평균 해외 매출액은 94억 달러로, 이들 기업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따라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올린 승전보는 사실상 남은 절반에서 세계 180여 개 건설업체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거둔 값진 결과물이다. 셋째, 유럽과 미국 같은 자원소비국의 건설 시장규모가 줄었다. 반면 225대 건설업체들이 중남미 시장에서 거둔 매출은 304억 달러로 25.6% 성장하는 등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해외 건설시장은 전반적으로 정체의 늪에 빠져 있고, 이 늘어나지 않는 파이의 절반을 미국과 유럽, 중국의 건설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업체들이 나아갈 곳은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소위 자원부국들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국내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아프리카, 중남미, 아태 지역을 향해 전진의 깃발을 올리고 진출 전략을 꾀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신시장에 어떻게 진입하고 또 살아남느냐는 것이다. 해외 신시장의 굳게 닫힌 빗장을 풀 마법의 열쇠는 바로 ‘신뢰’에 있다. 포스코건설이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중남미 에너지시장에 진출한 지난 5년 동안 8건의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력과 품질, 가격 경쟁력에 기반한 신뢰 확보를 가장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중남미 지역을 예로 들면 칠레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와 현지 발주처는 해외 기업과 최초로 계약을 맺을 때 상당히 보수적이며 쉽게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이 현지업체와의 상생협력을 중요시하고, 각종 인허가 기준을 만족시키자 현지정부와 발주처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처럼 ‘신뢰’는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무기다. 신뢰라는 가치는 오늘날과 같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막연한 이상이 아닌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것이다.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기업성장의 요체이며, 국가경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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