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나 커피’ 농장주 김은상씨
김씨는 “머지않아 원두커피도 와인처럼 재배 농장을 따져가며 사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지의 커피 경매시장을 돌아보고 내린 결론이다. 그는 “품종과 재배 지역이 같아도 농장에 따라 커피 생두(로스팅해 원두로 만들기 전의 커피) 값이 3~4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커피 문화가 발달한 나라의 애호가들이 농장을 가려 커피를 사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김씨는 “한국도 커피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만큼 곧 (재배한) 농장까지 확인하는 문화가 퍼질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국제 커피 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중국과 인도인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25억 명 인구가 커피에 맛을 들이게 되면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는 이유다.
국내 무역업체에서 일하던 김씨가 코나 커피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하와이의 학교법인으로 일자리를 옮기게 됐는데, 그 때 하숙을 한 집이 코나 커피 농장이었다.
“아침마다 커피를 로스팅하는 냄새에 이끌려 관심을 갖게 됐죠. 2000년대 초 아예 20만 달러(2억3000만원)를 주고 약 24만㎡(7만3000평) 짜리 하숙집 주인의 농장을 사들였습니다.”
농장을 운영하다보니 땅이 다른 곳보다 척박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래서 세계를 돌며 좋은 커피를 찾아내 공급하는 ‘커피 헌터’로 진로를 바꿨다. 실력을 키워 2010년 말 미국커피협회(SCAA)가 공인하는 ‘커퍼(Cupper)’ 자격증을 땄다. 와인 소믈리에와 비슷한 것으로 커피 맛과 향을 품평하는 것은 물론, 생두를 눈으로 보고 언제 수확한 것인지를 판별할 수 있어야 주는 자격증이다.
커피 헌터 겸 국제 유통업자로 일하기 위해 농장은 지분 20%만 남겼다. 지난해부터는 ‘하와이 커피 협회’라는 코나 커피 생산자 단체의 제품을 한국의 카페 체인 ‘망고식스’에 공급하고 있다.
그는 원두커피를 찾는 국내 애호가들에게 이렇게 귀띔했다. “원두커피를 보면 보통 유통 기한이 1년이라고 돼 있지요. 하지만 제조일자를 살펴 두 달이 넘은 것은 사지 마세요. 그 이상 묵으면 맛과 향이 뚝 떨어집니다.”
권혁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