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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집 아줌마, 경비 아저씨 … 어른들이 등·하굣길 안전 지킴이

중앙일보 2012.01.10 00:00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A중학교 인근 놀이터. 중2 B양(14)이 또래 15명으로부터 각목과 주먹으로 얻어맞았다. 학생들의 집단 폭행은 4시간 동안 계속됐다. 현장을 목격한 어른도 있었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교사와 학부모는 사건의 실상을 며칠 뒤에야 알았다.


멈춰! 학교폭력 ⑥ 동네공동체로 막아내자

 학교폭력은 학교 담장 안에 머물지 않는다. 청소년을 따라 집 근처로, 등·하굣길로 퍼진다. 경찰청(2011년) 통계에 따르면 학교폭력의 열 건 중 넷(38.4%)은 학교 밖에서 일어났다. 22.1%가 학교 밖 공원과 놀이터, 10.3%가 등·하굣길 등에서 발생했다.





 발생 시간대 역시 수업 외 시간이 절반에 이른다. 방과 후 또는 휴일(24.9%), 등·하교 시간(22.4%)의 비중이 높다. 교사와 부모들이 학교폭력을 인지하기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청소년 주변엔 대개 어른들이 있기 마련이다. 서울 구의동에 사는 중2 김예린(가명·14)양은 하루 평균 20여 명의 어른을 만난다. 등·하굣길에 아파트 경비원, 교통정리 자원봉사자, 문방구점·노점상·분식점 상인 등을 마주친다. 저녁에 학원을 오갈 때도 통학버스 운전기사, 학원강사들, 인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마중나온 또래의 학부모들을 만난다.



 어른의 신고와 개입은 학교폭력의 발견과 제지,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희영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위기지원팀장은 “학교폭력을 적극 신고하는 시민의식이 있다면 가해 학생은 주변을 두려워하고, 피해 학생들은 ‘누군가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에 주변 어른의 방관 태도는 가해자에겐 ‘어른도 날 피할 테니 상관없다’는 생각을, 피해자에겐 ‘아무도 돕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을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몇몇 마을 공동체는 학교폭력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충북 청주시의 금천동 현대아파트 놀이터엔 중학생과 초등학생 20여 명이 모였다. 담배를 문 중학생들이 겁에 질린 초등학생들을 하나씩 불러 때렸다. 경찰과 관리사무소 직원이 도착하자 가해학생들은 “장난이다” “나는 보기만 했다”며 빠져나갔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아파트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동 대표인 김수동(45)씨의 제안에 따라 이달 중 아파트 입주자협의회에서 신고에서 대응에 이르는 ‘주민 공동 매뉴얼’의 제정을 논의한다. 매뉴얼이 정해지면 주민 모두 공유하고 함께 행동할 계획이다. 김씨는 “안전한 동네, 아이들이 행복한 아파트를 만들자는 제안에 주민들이 혼쾌히 찬성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은 마을·지역사회의 공동 노력이 있을 때 근절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학생 폭력을 목격하고 ‘내 아이가 없다’고 슬쩍 지나가는 대신 ‘내 아이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적극 대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은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부모·교사뿐 아니라 마을을 함께 이루는 어른들”이라며 “내 아이와 이웃 아이를 모두 보호하겠다는 시민의식이 학교 폭력 근절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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