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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이 주식 제쳤다 … 10년 투자수익 7.8% vs 2.7%

중앙일보 2012.01.10 00:00 경제 3면 지면보기
예술품 투자 재미가 지난해 쏠쏠했다. 지난해에 이어 미국과 영국 증시의 주가 수익률을 능가했다.


‘투자 아닌 투기’ 재테크 가설 깨

 미국 예술품 전문 투자자문사인 뷰티풀애셋에 따르면 지난해 메이모제예술품지수의 상승률은 10% 수준이었다. 뷰티풀애셋은 뉴욕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인 지안핑 메이와 마이클 모제 교수가 예술품지수를 개발한 뒤 세운 투자자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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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S&P500지수를 기준으로 미국 증시는 거의 본전치기였다. 기회비용을 따지면 연간 수익은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영국 FTSE전종목지수는 마이너스 2% 수준이었다. 두 나라의 주식시장이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란 악재를 피하지 못한 탓이었다.



 예술품 수익률이 주식을 능가한 일은 지난해가 처음은 아니었다. 2010년에도 예술품이 주식을 앞질렀다. 뷰티풀애셋 쪽은 “예술품지수의 연간 수익률이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모두 여섯 차례나 S&P500지수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10년간 연평균 수익률 차이도 컸다. 예술품지수는 7.8%였고 S&P500지수는 2.7%였다.



 예술품 시장의 꾸준함은 지금까지 재테크 가설을 깬 것이나 다름없다. 금융 전문가들은 예술품 시장을 ‘대표적인 투기적 시장’이라고 봤다. 『경기침체기 글로벌 투자전략』의 지은이인 로버트 프록터는 “예술품엔 이자가 붙지 않고 배당금도 없어 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며 “시세차익만을 노리기 때문에 투기”라고 말하곤 했다.



 그 바람에 예술품 시장은 자산 거품 절정기에 후끈 달아오른 뒤 거품이 꺼지면 다른 자산보다 더 오랜 시간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경향을 보였다.



사이토
실제 1980년대 후반 일본의 가미카제 거품 와중에 세계 예술품 값은 치솟았다가 이후 10년 이상 침체했다. 이런 시장 흐름은 일본 부동산 거부였던 사이토 료헤이를 파국의 늪으로 밀어넣기도 했다.



그는 거품 붕괴 직전인 90년 5월 고흐 작품인 ‘가셰 박사의 초상화’를 8250만 달러(약 950억원)를 주고 사들였다.



 사이토는 그 초상화를 사들인 직후 사실상 파산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다. 이후 주가 조작 사건 등에 연루되기도 했다. 사이토가 죽은 뒤 후손들은 그 초상화가 파산을 야기한 불길한 그림이라며 상속을 거부하기도 했다. 작품의 행방이 묘연해지기까지 했다. ‘가셰 박사의 초상화’가 2000년 이후 다시 세상에 나와 경매됐다. 낙찰 가격은 사이토가 사들인 값의 8분의 1 정도였다.



 『금융투기의 역사』의 지은이인 에드워드 챈슬러는 “그 초상화 사건 이후 예술품 시장에선 값이 뛰었다가 장기침체에 빠지는 현상이 ‘사이토의 전철’로 불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예술품 투자자들은 사이토의 전철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 신흥 부호들의 매수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신흥 부호들은 미국발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충격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세력이다. 그들은 개인적인 미적 기준에 맞는 작품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선호했다. 그 바람에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포괄하는 메이모제예술품지수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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