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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흥행에는 일단 성공...20대·진보에 치우치는 게 문제

중앙선데이 2012.01.08 01:26 252호 4면 지면보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빛과 어둠이 동시에 있다.정치 무관심의 대명사이던 20대를 정치 참여로 끌어낸 건 SNS의 힘이다. 20~30대는 그동안 시위나 온라인 댓글로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는 데 머물렀다. 하지만 이젠 투표 참여로 민주주의제도를 안정화한다. 한계도 뚜렷하다. 촛불시위처럼 무엇을 부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쉽고 명확하게 얘기하지만 어떤 대안을 만들어 내는 데 SNS는 유용한 수단이 아니다.

막오른 SNS선거 어떻게 봐야 하나

가뜩이나 이념적·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게 우리 사회다. SNS는 그런 양극화를 좁히는 쪽보다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한다는게 경희대 윤성이(정외과사진) 교수의 연구 결과다. 윤 교수는 ‘한국의 사이버 민주주의’ ‘16대 대선과 인터넷의 영향력’ 등 사이버 정치 논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전문가다. 윤 교수를 6일 만났다. SNS 선거가 가져오는 사람들 의식의 변화, 투표 행태의 변화, 정당과 권력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 대표 경선이 SNS로 치러진다. 어떤 의미가 있나.
“SNS 전당대회란 게 정당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는 데서 출발한 궁여지책(窮餘之策)이다. 우리 정당은 위기다. 불신이 커 당원과 대의원 중심의 전당대회론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없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민주당은 10년 전 국민참여 경선을 도입했다. SNS 전대도 같은 맥락이다. 10년 전엔 터치스크린 방식이었고 이번엔 SNS 방식이란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임기응변이고 비정상적 방법이다. 하지만 당으로선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지 않나.”

-왜 비정상이라고 보나.
“SNS는 연령적으론 20대, 이념적으론 진보가 중심이다. SNS 시장은 진보가 70~80%를 잡고 있다는 게 조사 결과다. 계층적으로도 사용집단은 한정돼 있다. 편향된 과잉 대표의 문제가 따른다. 정당정치에 관심이 없어 새롭게 받아들인 제도인데 정당 위기를 더 가속화하는 문제점도 있다. 선거인 등록은 어차피 당원 등록보다 쉬운 일이다. 무엇보다 출마자가 주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사람,당원이 아닌 사람도 선거인단으로 참여할 수 있다. 당원의 인센티브가 없어지고 결국엔 진짜 당원이 사라지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 정당은 당원 중심의 대중 정당이 아니라 일반 유권자 정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 또 SNS는 극단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를 더 극화하는 쪽으로 부추기고 있다. 우리 정치를 좀 더 경박하게 만들고 사회 통합적보다 사회 갈등적 부분을 심화시킨다.”

-SNS 선거가 정당의 울타리를 없앤다는 뜻인가.
“현실의 정당정치를 보면 대중 정당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대중 정당은 산업화 시대의 정당이다. 그땐 노동자 계급, 부르주아 계급이란 게 구분이 명확하고 간단하게 나뉘어졌다. 정당은 그런 사회 균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균열은 굉장히 복잡해졌다. 가장 심한 균열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균열인데 어떤 정당이 이런 것을 반영할 수 있겠나. 결국 당원 중심의 정당은 점점 없어져 유권자 중심으로 이동하는데, 다만 SNS가 더욱 촉진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 정당은 어떻게 바뀔까.
“미국에서 대중 정당은 이미 포괄 정당으로 전환됐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매체였다. TV가 등장하자 대중 정당은 무너지고 전문가 정당이 만들어졌다. TV가 등장하기 전엔 당 조직이 선거운동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TV가 들어오면서 당 조직보다는 후보자가 중요해졌다. 닉슨과 케네디의 TV 토론이 대표 사례다. 미디어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자 미디어 전문가가 중요해지고 조직은 약해졌다. 그런데 지난 미국 대선을 보면 후보자 중심에서 조금 더 유권자 쪽으로 이동했다. TV는 일방적 소통 매체다. 선거전략을 짜는 것은 후보자다. 하지만 트위터나 SNS는 노사모처럼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만들고 연대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후보자가 모든 선거전략을 만들어 내고 지휘하고 통제하는 게 아니다. 밑으로 더 내려간 것이다. 우리도 점차 그렇게 전환하는 과정이다.”

-직접민주주의가 확산된다는 뜻인가.
“기계적으론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는 선택의 문제다. 지금도 모든 정책에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당과 당의 차별성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차별성이란 게 사실상 사라졌다. 그래서 한국 정치에선 자기들 편의에 따라 지역성을 만들어 냈다. 그때그때의 정책으로 차별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정책 수행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실적이 제일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의 정당을 포괄 정당이라고 얘기하는데, 좌·우파 정당 간 차이가 점점 수렴되고 있어서다. 미국 선거를 선거가 끝난 뒤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가 얼마나 좋아졌느냐는 것이다. 결국 실적으로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

-SNS 선거가 한나라당이나 다른 정당으로 더 확대될 것이란 얘긴가.
“그렇다.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 SNS를 얼마나 본격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전체 투표에서 얼마나 비중을 두고 연령이나 지역 배정을 할 것인지 등의 미세조정이야 있겠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판이 바뀔 것 아닌가.
“SNS가 선거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할지는 오프라인 선거에 달려 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만 해도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 기술이 더 발전하고 네티즌이 훨씬 많아진 2007년 대선에선 인터넷 얘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한마디로 오프라인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있다. SNS란 매체 자체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민주당이 SNS를 이용한 것은 세계 처음이다. 영국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문자메시지 투표를 시작했지만 그런 영국에도 트위터 선거는 없다. SNS 선거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총선 등 공식 선거에 도입될까.
“그럴 수 없다. 선거방법은 선거법에서 규정하는데 SNS 선거는 보안과 비밀투표의 문제가 있다. 대표성도 문제다. 한국에서 SNS는 세대적으로, 계층적으로 또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 그러니 SNS 선거는 선거의 형평성이란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해킹의 문제가 우려되고, 특히 우리는 매표의 문제가 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넘겨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투표다. 식구나 친구가 모여 집단투표할 수 있는데 그러면 비밀투표의 정신에 어긋난다. 공식 선거로 받아들이면 헌법 소원이 제기될 거다. 전당대회에서 도입하는 것도 문제를 제기하면 형평성 원칙에 어긋나는 게 분명하다. SNS를 사용하는 특정집단에만 사실상의 기회를 주고 사용하지 않는 집단은 제한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측면은 없나.
“국민의 관심을 끈다는 점이다. 밖에서 단순하게 지켜보는 것과 선거인단으로 참여하는 것은 관심도가 다르다. 당장 민주당의 SNS 선거 자체가 새로운 쟁점이 됐고 정당과 선거에 대한 관심을 만들었다.”

-문제점이 있다면 뭔가.
“지금 상태로 가면 네거티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이나 트위터는 동원에 효과적인 도구이지만 토론엔 취약하다. 어차피 140자로 표현하는데, 짧게 임팩트 있게 가는 데 네거티브가 유용하다. 더구나 선거 때는 자기편을 동원해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네거티브다. 전파 속도도 엄청나다. 서울시장 선거 때 나경원 후보의 ‘1억원 피부과’가 대표 사례다. 재판한다지만 이미 선거는 끝나지 않았나. 그러니 선거전략 자체가 네거티브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 두들겨 패는 쪽으로 관심을 끌어야 하니 공약이나 정책은 더 이상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문제는 더 심해질 것이란 사실이다. 지금 상태라면 선거문화는 점점 더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

-SNS 선거의 한계는 뭔가.
“가장 큰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게 끼리끼리 현상이다. 정치 성향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몰리고 있다. 우리의 이념적 양극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SNS에서 중간지대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보가 굉장히 크고 강하다. 미국은 보수 쪽이 좀 더 강하다.아마도 우리는 오프라인 매체가 보수 중심이지만 미국은 진보 매체가 강해 SNS는 대안적으로 발전한 양상이다. 그러나 어쨌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끼리끼리 현상을 과거보다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 습득이 편향적으로 일어나고 습득된 정보로 얘기하는 공간이 인터넷이나 트위터인데 그것도 편향적으로 일어난다. 자기 재강화 효과가 굉장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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