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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챔피언’이 이끄는 독일, ‘모노쓰쿠리’ 대접받는 일본

중앙선데이 2012.01.08 01:00 252호 6면 지면보기
독일과 일본이 오늘날까지 제조업 전통 강국 소리를 듣는 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전혀 꿀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정부 주도의 압축성장을 해 온 우리나라와 다른 면이다. 독일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천국으로 불린다. 대기업과 임금 격차가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다. ‘미텔슈탄트(Mittelstandㆍ중간층)’라고 불리는 독일 중소기업은 362만 개로 전체 기업의 99.7%, 근로자의 80%가량을 고용한다.

외국은

독일 중소기업 중에는 우리나라처럼 대기업 우산 속 협력업체 수준에서 벗어나 세계적 입지를 구축한 글로벌 기업이 많다. 풍력항해 시스템 분야 세계 최고인 스카이세일즈(Sky Sails), 코코아 가공장치 세계 1위 바르트(G W Barth) 등이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이런 알짜 강소기업을 ‘히든(Hidden) 챔피언’이라고 불렀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승일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산업계는 잘 짜인 직업교육 시스템과 기술 중시 풍토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 오로지 임금 때문에 대기업을 택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같은 업종 내에서 대ㆍ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평균 10% 이하다. 산업별 노사협상의 영향도 크다. 가령 자동차 산업에서 임금이 결정되면, 근로자는 완성차업계든 하청업체든 동일한 기본급을 적용받는다.

기술과 실용을 중시하는 교육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 독일은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4년쯤 대학 진학을 위한 인문학교, 현장인력을 기르는 직업학교로 진로가 나뉜다. 60% 이상이 직업학교로 진학해 결국 자리 잡는 곳이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일부는 독일 사회의 중추로 인정받는 마이스터(meister)로 성장한다. 직업훈련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해당 직업인협회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게젤레(geselle)라는 전문가 자격증을 받고, 현장에서 3년 더 일하면 마이스터 과정을 밟는 자격을 준다. 김 연구위원은 “독일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기술을 중시하고 마이스터를 떠받드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화이트칼라에 대한 선호가 우리나라만큼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도 중소기업이 전체의 99.7%, 근로자 수는 76%를 차지한다. 일본 역시 세계적인 중소기업이 많다. 요코하마 소재 종업원 70여 명의 야마노우치제작소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 우주정거장의 생명과학 실험시설 첨단 부품을 공급했다. 중소기업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대기업과의 효율적 분업 등이 일본 산업계의 강점이다. 일본에는 창업 100년 이상 기업이 1만5000여 개로 이들 대부분이 중소업체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뜻하는 ‘모노쓰쿠리(物作り)’가 그 바탕에 있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대기업 못지않은 나라가 일본이다.

건국대 이윤보(경영학) 교수는 “일본에는 독보적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많아 대기업과 거래할 때도 갑의 위치에 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역시 대졸자들이 대기업과 화이트칼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나라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오동윤 연구위원은 “독일과 일본처럼 중소기업이 강하고 대접받는 풍토가 돼야 중소기업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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