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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새 ‘원 플러스’ 전략으로 한반도 중요성 더 강화했다”

중앙선데이 2012.01.08 00:56 252호 8면 지면보기
한용섭 국방대 부총장(왼쪽)과 신범철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실장은 7일 대담에서 미국의 새 국방전략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안보 방위 공약엔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최정동 기자
미국의 새 국방전략이 5일 발표됐다. ‘2개 주요 전쟁 동시 수행’을 포기하고 지상군을 감축하며 해·공군 위주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경찰 역할을 그만둔다는 것처럼 보인다. 당장 한국에 미칠 영향, 북한의 오판 가능성이 우려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최우선순위를 둔다는 방침도 중국의 거센 반발을 일으켜 한반도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김정일 사후 불안정한 국면에 들어간 한반도 정세가 미국의 새 전략에 휩쓸려 요동치게 될지 한용섭 국방대학교 부총장, 신범철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실장과 7일 긴급 대담을 통해 알아봤다.
 

‘미국의 새 국방전략’ 긴급 대담

사회=안성규 외교·안보 에디터
-먼저 미국의 신국방전략지침의 핵심을 짚어달라.
▶한용섭 부총장(이하 한)=탈냉전 후 미국은 두 곳의 주요 전구(戰區)에서 지역 전쟁을 수행한다는 2MRC(2 Major Regional Conflict) 전략을 갖고 있었다. 이른바 ‘윈-윈(win-win)’ 전략이다. 하지만 재정적자 해결 차원에서 국방예산을 줄이고 전략을 새로 만들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새 지침을 발표하면서 이 2MRC 전략을 포기한다고 명시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2MRC 포기는 미국과 한국 언론이 내놓은 해석이다.
▶신범철 실장(이하 신)=2MRC 전략은 모든 전력을 투입해 두 지역의 전쟁에서 모두 승리한다는 것이었지만 이젠 미국도 가용 자원을 생각한다. 미국의 신국방전략지침은 ‘윈-스포일(win-spoil)’ 또는 ‘원 플러스(one plus)’로 표현할 수 있는데, 두 개의 전쟁이 벌어지면 한 곳에서 승리하되 그때까지 다른 전쟁은 억지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한=2MRC 전략의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1차 걸프전 승리 뒤 들어선 빌 클린턴 정부는 국방예산을 약 1조 달러 줄여 경제로 돌렸다. 그때 나온 게 ‘윈-윈 전략’이다. 1970년까지의 세계 전쟁사를 분석, 두 개 전쟁이 동시에 일어난 경우가 제일 많았다는 결론을 내린 뒤 2MRC 전략을 내놓았다. 미국은 이를 처음엔 ‘윈-윈’이 아니라 ‘윈-홀드-윈(win- hold-win)’이라 불렀다. 중동과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중동에 먼저 전력을 투입하고 한반도 상황은 일단 저지(hold)한다. 그 뒤 중동에서 먼저 승리하고 군사력을 한반도로 옮겨 이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갓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불안했기 때문에 미국에 ‘윈-윈’으로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4개월 협의 끝에 미국이 한국 입장을 수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략적 환경이 변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군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이겨가고 있다. 대테러전이 종결되는 모양새다. 동시에 중국이 부상하면서 중심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원 플러스’ 혹은 ‘윈-스포일’은 오히려 한반도를 더 중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도 신국방전략지침 첫머리에 한반도 안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방예산을 4000억 달러 줄이는데 한반도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지상군이 감축되고 F-35 같은 차세대 전투기 구입도 줄이지 않는가.
▶한=아니다. 전력도 강화된다. 걸프전과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미국은 군사변환을 추진했고 이는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것이었다. 초정밀 유도무기나 전자인식체계, 네트워크 중심 작전 같은 개념이 등장했다. 속도가 중시됐고 고정군보다는 유동군이 강조됐다. 지난 10년간 미군은 첨단 정예군을 만드는 데 엄청난 투자를 했고, 이번 발표에서도 미국은 그런 능력을 더 발전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신=미국의 신국방전략지침이 대단히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이 새 지침을 내놓게 된 배경엔 재정위기와 미국 국내 정치적 고려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하고 있음을 미 국민에게 알려야 했던 것이다. 우리가 이를 확대 해석해 ‘미국의 한반도 방위 공약이 변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다.
▶한=그간 미국이 대테러전에 1조2000억 달러를 썼다. 이라크전도 끝났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2014년 철군한다. 그런 상황 변화로 비용을 줄이는 것이지 근본적 변화가 아니다.
▶신=미국 입장은 ‘지금까지는 위협을 100이라 할 때 110을 투자했다. 과잉투자인데 이를 조정하겠다’는 거다.

-우리 입장에선 미국이 지상군을 감축하는 게 신경 쓰인다. 작계 5027은 전시에 69만 미군의 동원을 말하고 있지 않나.
▶한=미군은 합동군, 즉 육·해·공군을 동시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젠 여기에 컴퓨터나 위성까지 동원해 전쟁 개념이 크게 달라졌다. 지상군 감축 부분도 전체로 봐야 한다. 미국 언론은 육군을 57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해병대는 20만 명에서 18만6000명으로 줄인다고 했는데, 미국은 대테러 전쟁 과정에서 육군을 9·11 전과 비교해 20만 명 늘렸다. 이 병력으로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을 치렀다. 그런데 이제 이라크에서 철군했으니 이를 줄이겠다는 거다. 해·공군도 9만명 준다. 결과적으로 그 수는 9·11 전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고, 오히려 1만 명가량 는 것이다.
▶신=지상군 감축은 정상화다. 미국이 이번에 솔직히 말한다는 느낌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미국은 이 정도의 책임까지 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그런 약속이 사실 예전 우리가 했던 책임과 큰 차이 없다. 게다가 이번 발표 자체가 최종본이 아니다. 2~3월 정도에 나올 후속계획을 봐야 한다. 신지침에도 불구하고 지상군 투입 필요성이 대두되면 미국은 예비군 투입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중요한 건 신뢰다. 상황에 따라서 미국의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판단을 내릴 거다.

-그러면 신국방전략지침으로 한국의 추가 부담은 없을까.
▶한=미국이 4년 주기로 발표하는 국방검토보고서(QDR) 2010년판은 국방전략 최우선순위를 ‘본토 안보’에 뒀는데 이번 신지침엔 빠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한반도를 중시한다. 따라서 주한미군 철수나, 한국의 방위비 부담 증가 같은 관측은 옛날의 사고방식으로 본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도 이미 지난 정부들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특별히 이번 신국방전략지침 발표로 우리 부담이 늘어나는 건 없다.
▶신=미국은 1990년 동아시아 전략 구상을 내놓은 뒤 계속 동맹국에 ‘무임승차는 안 된다’고 해왔다. 새로운 게 아니지만 앞으로도 계속 안보 승차 비용을 동맹국에 요구할 것이다. 동맹국도 성장했으니 그 힘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 중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미·중 관계에서 오는 부작용이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노력하는 거다.

-이번 신전략과 미국의 한반도 방위 의지의 관계는 어떻다고 보나.
▶한=이명박 정부 이전까지 한·미동맹은 포괄적 동맹이었다. 그런데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과 비대칭 전력 강화 때문에 미국은 이를 전략동맹으로 변화시켰다. 전략을 바꿀 때 협의하는 게 전략동맹이다. 그래서 이번 발표 이전 미국은 한국에 사전 설명하고 향후 긴밀한 협의를 약속했던 거다. 노무현 정부 때 주한미군 3500명을 차출한 뒤 사후 통보한 것과 다르다. 신지침은 첫 페이지에 한국 안보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세력 균형을 새로 맞추겠다고 했다.

-북한이 오판할 여지는 없나.
▶한=신국방전략지침은 전쟁이 일어날 경우 전보다 더 큰 보복과 응징을 가할 능력을 구비한다고 돼 있다. 여기에다 북한은 앞으로 6개월 정도는 후계체제를 공고히 다지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또 김정일 사후 한반도의 불안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이미 아주 강력한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본다.
▶신=미국의 전략을 나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는 북한은 이번 상황을 과대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입장 변화를 이라크전 진행과정에서부터 감지하고 있었고, 따라서 신국방전략지침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진 않을 것이다.

-신국방전략이 아시아 중시를 천명한 데 대해 중국은 불편해한다. 왜 아시아인가. 아시아판 신냉전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한=미국의 중동전략에 위협이었던 이라크가 안정화됐고 새 위협으로 이란이 떠올랐지만 여기엔 유럽 국가들도 함께 경계한다. 이 와중에 중국이 부상하니 아시아에서 세력 균형을 다시 맞추겠다고 나선 거다. 중국이 최근 조금 적극적인 민족주의를 해봤더니 국제적 반발만 샀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당시에도 북한편만 들다 보니 거꾸로 가는 국가를 지원한다는 이미지까지 생겼다. 중국 5세대 지도자들도 내부 조정기를 거칠 것이다. 향후 2~3년간 중국은 새 질서를 모색하는 암중 모색기를 거치지 않을까 한다.
▶신=미국은 중국을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내려 하면서도 동시에 억제하고 있다. ‘우리에겐 안 된다. 그냥 현재 국제체제로 들어오라’는 압박을 중국에 하는 것이다. 중국은 반발하겠지만 당분간 갈등이 표면화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 중국 스스로도 재작년을 자국 외교의 최악의 해로 꼽았었다. 주변국과 충돌하니 이미지만 나빠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새 국방지침과 2015년 전작권 전환과 국방개혁의 관계는.
▶한=미국의 전략 전환과 관계없이 2015년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국방개혁은 가속화해야 한다. 작전 지휘체계를 더 간명화해 상부구조 개선 문제를 매듭 짓고 전력 현대화를 진척시켜야 한다.
▶신=국방개혁이 추진력을 상실하고 있다. 국제환경은 변화하는데 정작 우리의 전략은 등한시하고 있다.


한용섭 국방대(KNDU) 부총장. 한·미 군사 관계 전문가다.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과 국방대 교수를 지냈다.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했고 미국 랜드 연구소에서는 연구위원을 지냈다.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실장.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실장,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국방 전략통이다. 청와대 위기관리실의 전문위원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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