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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골퍼·화가 모두 몰입 잘 하고 창의성 뛰어나

중앙선데이 2012.01.07 23:33 252호 19면 지면보기
동강의 신비와 기도하는 모자의 모습이 동시에 표현된 김재홍의 작품 ‘모자상’.
많은 사람이 미술을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즐긴다. 하지만 미술은 아름다움의 대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 주는 중요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창의력과 상상력의 수원지(水源地)인 셈이다.

중앙SUNDAY-J골프 공동기획 <6>골프와 미술의 공통점

화가 김재홍의 작품은 예술이 가질 수 있는 창의성을 잘 보여 준다. ‘모자상’(1999)은 동강의 태곳적 신비를 표현한 그림이다. 하지만 90도를 돌려 그림을 다시 보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시집가는 날’(2000)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대로 보면 동강이지만 그림을 90도 돌려 보면 절을 올리고 있는 새색시의 모습이 보인다. 형태의 전환, 즉 게슈탈트 시프트(Gestalt Shift)를 적용해 창의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렇듯 위대한 예술작품은 창의성으로부터 비롯된다. 창의성은 밑줄 긋고 공부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몰입으로부터 나온다. 몰입은 의식하는 것들을 떨쳐 버리고 진정한 나의 기원(Origin)으로 돌아갈 때 얻을 수 있다. 몰입해 나의 기원으로 돌아가면 나다운 생각을 할 수 있고 남들과 다른 생각을 내놓을 수 있다. 나의 시선으로 보게 되고 남들이 못 본 걸 볼 수 있다.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몰입도 잘 하고 창의적이다. 독일의 시인 실러는 “인간은 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만 완전한 존재다”고 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것을 놀이, 즉 플레이로 즐길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놀이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그 분야의 달인도 될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는 작품 활동을 놀이로 즐겼고 놀랍도록 무서운 몰입력을 가진 천재였다. ‘황소머리’(1942)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창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피카소는 자전거 안장을 소의 머리로, 손잡이를 뿔로 표현해 걸작품을 만들어 냈다.

골프를 할 때도 창의성이 필요하다. 위대한 골퍼와 예술가의 공통점은 창의성이 뛰어나고 몰입을 잘 한다는 것이다. 몰입을 잘 한다는 건 무아지경에 빠져 의식하는 나를 버린다는 의미다. 플레이를 의식한다면 몸이 굳게 돼 자연스러운 스윙이 나올 수 없다.

전설의 골퍼 보비 존스는 “어떤 골퍼들은 그저 걱정만 하고 있으면서 그게 집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드에 나가 어떻게든지 좋은 성적을 얻겠다고 걱정하면서 그걸 집중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강박이며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골프를 잘 하려면 진정으로 놀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한다. 골프를 싸움이라고 보지 말고 즐거운 게임으로 인식해야 한다. 뛰어난 골퍼들은 잘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잘 노는 사람이었다.

필드에서 제대로 놀고 싶다면 실패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놀이정신으로 골프를 바라보면 실패해도 다음, 또 다음 게임이 있다. 실패해도 배울 게 있다. 최경주(42·SK텔레콤)는 “공은 절대로 똑바로 가지 않는다. 비뚤게 날아가는 샷을 극복하고 다음 샷을 잘 만들기 위해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더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했다.

카리 웹, 유소연, 박희정 등을 지도한 이언 크릭(56·호주)은 “골프는 멘털 스포츠다. 골프 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인데도 한국 선수들이 잘 하는 건 심리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몰입을 잘 하고 창의성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연습장에서 열심히 연습하지만 코스에 나가면 스코어가 잘 안 나와 고민인가. 그렇다면 몰입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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